[그법알 사건번호 112]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처벌 대상일까
여기서 질문, 하나
관련 법령은
법원 판단은
검찰은 A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원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인(人)’이라 함은 자연인 또는 법인,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격 없는 단체를 지칭하는데, 여기에서 자연인이란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할 뿐 이미 사망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중략) 특별한 규정 없이 ‘타인’의 범위를 확대해석해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反)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07년 6월 14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형벌법규에서 ‘타인’이 반드시 생존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정보통신망법 49조는 ‘개인정보’가 아니라 ‘타인의 정보·비밀’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사망한 자의 정보나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중 다른 사람에 의해 함부로 훼손되거나 침해·도용·누설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문서위조죄에 있어 ‘타인의 문서’에는 이미 사망한 자의 명의로 작성된 문서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관련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타인’에는 생존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자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체계적이고도 논리적인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질문, 둘
법원 판단은
2018년 12월 27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컴퓨터에 저장된 직장 동료의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몰래 열람·복사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유죄를 확정하면서 “정보통신망법 49조 위반 행위의 객체는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이고,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된 다음 정보통신체제 내에서 저장·보관 중인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며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타인의 비밀 ‘침해’란 타인의 비밀을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하는 행위”이며 “타인의 비밀 ‘누설’이란 타인의 비밀에 관한 일체의 누설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그 침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비밀을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만을 의미한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전송되거나 정보통신체제 내에서 저장·보관 중인 것으로 볼 수 있으려면 정부가 희생자 명단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전산망을 통해 관리되고 있지 않은 자료라면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한 ‘타인의 비밀’로 보기는 힘들 수 있다”며 “‘타인의 비밀’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게 인터넷 매체에 유출된 경위 등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형사 책임을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 사망했다는 사실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 전제로서 모든 권리·의무의 기초 사실이 되므로 이를 비밀로 볼 수는 없다”며 “사망 사실을 유족 동의 없이 공유할 수 없다는 법리가 있다면, 일반인들이 고인의 사망 사실을 지인들 사이에 공유하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행위도 불법이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질문, 셋
전문가 의견은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인은 “사망자의 가족이 사망자 개인정보의 처분권을 갖는 것에 의문을 갖기는 어렵다”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는 데다 관련 판례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섣불리 예단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서 질문, 넷
전문가 의견은
대법원 판례도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보호법익을 ‘공무상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의 침해 때문에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 때문에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비밀을 누설 받는 행위는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구태언 변호사는 “공공데이터법·정보공개법에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다. 공무원이 취급한다고 모두 비밀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희생자 명단을 공무상 비밀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대법원 판례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대해 “국민이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희생자 이름 공개를 원하지 않는 유족이 정신적 고통을 입은 데 대해 인터넷 매체 측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민사 소송은 형사 책임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법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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