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체계 분석한 경찰…“체계 미작동”
치안상황실 운영규칙에 따르면 17개 보고사항 가운데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제12호(사망 3명 등 안전 및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 또는 제17호(그밖에 다수의 경찰력 동원이 필요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우려가 있는 각종 사건·사고)에 해당한다.
문제점: ①보고 미작동 ②상황실장 역량·권한 부족
일과 후 지휘관을 대리하는 중책인 상황실장(상황관리관)의 지휘 역량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청은 상황관리 강화를 위해 2018년 8월부터 총경급 전종 상황담당관 직제를 만들었으나 이 자리는 총경 승진이 결정된 승진후보자(직제상 경정)들이 대부분(24명 중 20명) 맡아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실장들의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협업·지휘 등 통솔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경찰의 내부 진단이다. 경찰청 외 전국 시·도청에서는 평일과 공휴일 각각 경정급과 총경급이 상황실장으로 있는데, “휴일 때 총경급 과장들이 당직 근무로 인식해 자리 이석하는 걸 사실상 용인해온 분위기”라며 안일했던 조직 분위기도 인정했다.
상황실장이 중요 치안 상황 발생을 인지해도 실효적 조치를 즉각 내릴 수단도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작 신속한 경력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운용 가능한 경력(경찰 인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기능별대응팀·기동대·경찰헬기 등은 지휘관 지시나 해당 기능 협조 없이 상황실장 판단만으로 지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결국 경찰이 내린 문제점 분석을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늑장 보고·대응은 보고 체계 미작동과 상황실장 역량·권한 부족이라는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단 경찰은 허점을 드러낸 지휘·보고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치안상황실 운영규칙의 17개 보고사항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시도경찰청장→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보고를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보고의 완료 시점은 문자·보고서 발송 시점이 아닌 상급기관 및 지휘관이 인지한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또 경찰은 상위자의 보고 수신이 늦어지면 보고자가 지체 없이 차상위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차상위자 직보 체계’ 등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상황실장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본청 상황담당관 직급 상향(경정→총경)을 추진하고, 서울·부산·경기남부 경찰청에는 오는 2023년 상반기 인사부터 총경급 상황담당관을 우선 배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총경급 상황담당관 배치나 인센티브 부여 등 세부 수칙은 타 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확정적인 게 아니라 제시 사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황실장이 실질적인 청·서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시·도청 타격대 개념의 경찰부대를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적극적인 선조치로 인해 따라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면책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황·지휘체계 확립과 상황관리관 정착 근무 등은 즉시 시행했다”며 “문제로 드러난 보고·상황관리 체계를 속도감 있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