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의 방문이 예고된 팔라완 섬은 양국 군사 협력에서 중요한 곳이다. 팔라완 섬 해상에선 지난달 미국과 필리핀 합동 군사 훈련인 '카만다그(해상전사들의 협력)'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방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필리핀군 사령부가 있는 팔라완 섬의 안토니오 바우티스타 공군기지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여기서는 남중국해 남쪽에 위치한 스프래틀리 군도의 방어·순찰을 담당한다.
앞서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 일부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용 활주로와 항구를 설치하는 등 제해권을 확보하려 했다. 필리핀은 이에 맞서 해당 구역 섬 3곳에 군 기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난 5월 완료했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섬에 대해 "암초를 불법매립해 군사 요새화한 것"이라면서 비판해왔다.
로이터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은 스프래틀리 군도와 인접한 섬을 방문하는 미국의 가장 높은 인사(권력 서열 2위)가 될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중국 입장에선 '비난'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16년 4월 애슈턴 카터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팔라완을 찾아 필리핀이 미군에 제공한 군사기지 활용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고리 폴링 동남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 외교에서 현재 최우선은 우크라이나와 대만이지만 이번 부통령 방문을 통해 미국이 필리핀과의 동맹을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직후부터 미국과의 결속 강화를 강조해왔다. 아세안을 제외하고 첫 해외 순방국으로 택한 나라도 미국이었다. 그는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지역 평화 유지에 미국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필리핀은 미국의 파트너이자 동맹, 친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필리핀과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이래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팔라완 방문에 앞서 18~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0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할 예정이다. 21일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