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 공개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14일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페이스북)
민들레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155명 공개합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엔 ‘참사 발생 16일 만에 이름 공개, 진정한 애도 계기 되길’이란 문구와 함께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155명(지난달 31일 기준)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실렸다. 155명 명단에 외국인(한국계 2명 포함) 23명의 영문 이름도 포함됐다. 얼굴과 사진, 나이 등 별도 인적 사항은 담기지 않았다.
민들레 측은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명단 공개를 계기로 위령비 건립 등 각종 추모 사업을 위한 후속 조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명단공개 논란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면서도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의 동의를 전제로 했지만, 공개 쪽에 힘을 싣는 발언이었다. 다만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그분들의 명단을 다 공개하자는 얘기를 외부인이 먼저 한다? 이거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며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명단 공개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민들레 측이 희생자 실명을 그대로 게재하면서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A 커뮤니티에선 “유족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데 왜 억지로 공개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B 커뮤니티엔 “이렇게 하나하나 이름을 보고, 그것도 하나같이 젊은 사람인 걸로 느껴지는 실명을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 안타깝고 가슴 먹먹해진다”는 댓글이 달렸다.
“동의 없는 명단 공개 처벌해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TF’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들레 측의 희생자 명단 공개 철회를 요청했다. TF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정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 보호의 원칙에 따라 희생자들의 명단이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