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째 갈아엎는다, 목표는 1등 AI 컴퍼니…어떤 일 있었기에 [팩플]

중앙일보

입력 2022.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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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AI 컴퍼니’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SKT의 주요 성장 축인 MNO(이동통신) 사업을 포함, 미디어ㆍ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등) 같은 성장 사업까지도 모두 AI 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추진하겠다는 것.  
 

7일 오후 서울 을지로 T타워 본사에서 유영상 SKT 대표가 'AI컴퍼니'로서의 SKT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T]

무슨 일이야

유영상 SKT 대표는 7일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 취임 1주년 타운홀 미팅을 열고 ‘AI 컴퍼니’로서 SKT의 새 비전을 발표했다. ‘기술과 서비스로 고객을 이롭게 하는 AI 컴퍼니’가 주요 모토.

 
◦ 5대 사업군 → 3대 AI 전략: 유 대표는 1년 전 취임 당시 SKT 2.0 비전을 처음 발표하면서 SKT의 5대 사업으로 ①유·무선 통신 ②미디어 ③엔터프라이즈 ④AIVERSE(AI+메타버스) ⑤커넥티드 인텔리전스로 정의했다. SKT의 성장을 견인한 통신 외에도 다른 사업을 키워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SKT는 1년 만에 주요 사업을 AI 컴퍼니로 통일시켰다. 모든 사업은 ‘AI의, AI에 의한, AI를 위한’ 것이라는 뜻.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 5대 사업을 ▶코어 비즈(핵심 사업)를 AI로 재정의 ▶AI서비스로 고객 관계를 혁신 ▶AI나 DT(디지털 혁신) 역량이 필요한 기업, 기술을 찾아 AI를 확산시키는(AIX) 3대 전략으로 바꿨다.

◦ 목표는 1등 AI 컴퍼니:
 AI 대전환을 강조하는 SKT의 목표도 달라졌다. 유 대표는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간 넘게 AI 컴퍼니 비전을 설명하며 “2026년까지 SKT의 기업가치를 40조원 이상으로 키워 대한민국 대표 AI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KT의 시가총액은 약 11조원 수준, 4배 이상 성장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 브랜드 리뉴얼:
AI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SKT와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이날 리뉴얼한 브랜드도 새로 공개했다. ‘오픈(OPEN)’을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세상ㆍ비지니스ㆍ생활을 열겠다는 뜻을 담았다. SKT 측은 “T와 B 리뉴얼 브랜드를 조만간 주요 SKT, SKB 사이트에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는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상징할 T(SKT)와 B(SK브로드밴드)의 리뉴얼 브랜드도 공개했다. SKT는 “리뉴얼 브랜드는 ‘OPEN’을 모티브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문을 형상화한 디자인. 익숙한 고정관념과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 비지니스, 생활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

이게 왜 중요해

SKT가 사업 균형추를 AI로 완전히 옮기기로 한 것은 단순히 ‘탈(脫) 통신’ 선언이 아니다. SKT가 성과를 낼 수 있는 AI를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다시 짜겠다는 것. 그만큼 SKT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의미다.


◦ 이동통신도 ‘AI 통신’으로: 유 대표는 이 날 “올해 사상 최대 17조원 이상의 연결 매출이 예상되는 등 견고한 실적을 올렸다”고 자평하면서도 “유무선 통신 본업에서의 디지털 전환(DT)은 진척이 더딘데다 과거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인 MNO 사업은 SKT 분기 매출(올해 2분기 기준 4조2899억원)의 72% 이상을 차지하지만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 이번 AI 전략은 통신 사업도 AI 사업으로 체질을 바꿔보겠다는 것. SKT는 “유무선 통신 프로세스에 모두 AI를 적용해 ‘AI MNO’로 바꾸고, 인터넷TV(IPTV) 및 T커머스 등 미디어 자산을 결합해 ‘AI 미디어 플레이어’로 묶을 것”이라고 밝혔다.


◦ AI·메타버스가 SKT 핵심: 지난해 7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지난 5월 처음 선보인 AI 서비스 ‘에이닷(A.)’은 SKT의 핵심 사업으로 올라선다. 파트너십을 맺어온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도이치텔레콤·싱텔 등 대륙별 핵심 통신사업자들과 제휴를 기반으로 이프랜드 스케일을 키울 예정이다. 회사는 이프랜드가 월간 실사용자 36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대표 AI·메타버스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SKT는 이프랜드를 통해 글로벌 진출과 함께 다양한 업체들과의 공동 콘텐츠 개발로 글로벌 톱티어 메타버스 서비스로 도약하는 한편, 소셜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이프랜드의 재화를 현실 경제와 연계하는 크립토 기반 경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SKT]

‘1등 AI 컴퍼니’의 조건

SKT는 이날 목표로 내건 ‘2026년 내 기업가치 40조원의 국내 최고 AI 컴퍼니’가 될 수 있을까. SKT 관계자는 “명목상 AI만 강조하는 패션 AI가 아닌 진짜 AI로 사업, 기술 전반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연말 인사에서 회사 직제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기업가치 40조, 어떻게?: 대표 2년차를 맞는 유영상 대표의 고민 중 하나는 기업가치다. 유 대표는 9월 사내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가 높은 수준의 실적과 배당에도 기업가치를 충분히 평가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시가총액만 두고 보면 SKT는 네이버(27조원), 카카오(22조원)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SKT 관계자는 “AI MNO를 비롯해 AIㆍ메타버스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 포트폴리오를 바꿔 간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SKT 직원들은 유 대표에게 이프랜드 등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의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 기술 성과 어떻게 낼지 관건: SKT가 AI 기술 본연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지도 관건. AI 기반 서비스를 자주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구글·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처럼 AI 기술 자체에 대한 투자를 계속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T 관계자는 “지난달 국내 AI 기업 코난테크놀로지 지분을 산 것도 AI 개발 역량과 개발자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개발자와 기술 인프라를 최대한 확보해 회사 역량을 키우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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