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이미 경찰이 아닌 소방을 통해 1시간 앞서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고,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국가 기간조직의 보고 체계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이 본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첫 전화 보고를 받은 시간은 지난달 30일 0시14분이었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한 29일 오후 10시15분으로부터 1시간59분이 지난 시점이다. 윤 청장은 즉시 구두로 기동대 등 가용경력 최대 동원 및 질서 유지 등 신속 대응,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 교통활동 강화를 지시했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0시19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같은 내용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10월 30일 0시5분 경찰청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사 38분 뒤 첫 보고받아…국가 재난보고체계 엉망
김광호 서울청장은 사건 발생 1시간21분 만인 29일 오후 11시36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 최초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넘은 30일 0시25분쯤이었다. 이 서장은 참사 발생 2분 뒤인 29일 오후 10시17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김광호 청장에게 1시간여가 지나 보고한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가 난 지 1시간5분이 지난 29일 오후 11시20분 사고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소방도 아닌 행안부 비서실 직원을 통해서였다. 행안부는 소방의 보고를 받고 두 차례 내부 직원들에게 긴급 문자를 보냈는데, 이 장관은 발송 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아 문자 수신을 하지 못했다고 행안부 측은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서울청과 용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등 7곳에 수사 인력을 보내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청은 이날 이임재 용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후임에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을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