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0시 29분 이태원참사 현장을 목격한 이시진 고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당시의 참혹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그의 눈 앞에 이미 시신 50~60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현장에 출동한 것은 병원 내 권역응급의료센터로부터 재난의료지원팀(DMAT)에 출동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보건소에서) 초기대응팀이 출발했고 그쪽에서 보기에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권역응급센터 쪽에 연락해 DMAT에 출동 요청을 준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 도착한 이 교수 팀은 사망 추정 피해자와 부상자를 상태에 따라 분류했다고 한다. 중증도에 맞는 처치를 하고 병원에 이송될 수 있도록 조율하면서 이날 시신과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서울병원에 이날 새벽 79구의 시신이 이송됐다고 한다. 그밖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으로 이송이 진행됐다.
“의료진 현장 진입 쉽지 않아”
이 교수는 “사망 원인을 일괄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상성 질식사를 주요 원인으로 가정한다면 심폐소생술(CPR)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좁은 골목에 끼어있고 눌려있어서 구출도, CPR 제공도 늦어지면서 안타깝게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람이 숨을 쉬려면 가슴(흉곽)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작용이 필요한데, 가슴이 강하게 눌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호흡이 어려워 질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자발 순환(다시 정상적으로 심장이 뛰는 상황) 회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CPR을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는데 일반적으로 5~6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제공해야 뇌가 비가역적 손상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심폐소생술 5~6분 이내에 제공해야”
사고 현장 목격담 일부에서 제기된 복부 팽창과 관련해서는 “사망 원인과 직결하긴 힘들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구조호흡을 하면서 공기가 폐뿐 아니라 위로 가면서 팽창될 수 있고, 압력에 의해 장기 손상이 있었을 수도 있고, CPR 압박 위치가 잘못되면서 위나 십이지장이 손상돼 공기가 샐 수도 있다”면서 “응급실에 (복부팽창) 환자가 왔을 때도 X-RAY, 초음파, CT 등으로 봐야 배 안에 가스가 찼는지, 피가 나는지, 장이 터졌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