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지났는데, 매캐한 냄새가…아울렛 화재 원인 왜 못 찾나

중앙일보

입력 2022.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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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2시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1층 출입구. 한 달 전 화재가 발생한 지점과 가장 멀리 떨어진 출입구인데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물 입구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입자를 통제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견딜만하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바람에 따라 불과 몇 분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역했다. 화재 한 달이 지났지만, 여파는 가시지 않고 그대로였다.
 

검게 그을린 건물외벽 대형 패널로 가려

검게 그을렸던 건물 외벽은 패널로 가려져 있었다. 멀리서 보면 언제 불이 났는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았지만 가까이 가면 높게 설치된 가림막 안쪽으로 검은 그을음이 고스란히 남았다. 건물 안쪽에서 밖으로 빼낸 커다란 파이프로 신선한 공기를 넣고 빼내는 중이었지만 관계자들은 “당분간 내부 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대전시 유성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현장에 커다란 패널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건물 1층 편의점에선 직원들이 진열된 물건을 밖으로 빼냈다. 편의점은 화재 발생지점과 가장 먼 곳에 있지만, 냄새는 여전히 심각했다. 편의점 직원은 “다른 곳으로 물건을 옮기려고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건물 밖 1층에는 협력업체 관계자를 위한 천막도 설치돼 관계자들이 오가며 현대백화점 측과 대책을 논의했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다들 정신이 없다. 나중에 얘기하자”고 자리를 떠났다.
 

화재 원인·발화지점 오리무중…감식 장기화

현대아울렛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초 정부 합동 감식에서 “통상 2주일 정도면 대략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감식과 원인 분석에만 2~3주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화재 발생 사흘만인 지난달 28일 현대아울렛을 압수 수색한 대전경찰청 수사본부는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다. 당시 경찰은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배연설비 등 각종 소방설비, 화재·지진 등 안전관리(직원 훈련·교육) 자료, 폐쇄회로TV(CCTV) 영상, 방재실(시설팀) 전산 서버 등을 확보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현대백화점 본사도 압수 수색했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 한 달이 지난 25일 오후 1층에 협력업체를 위한 간이천막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현대百 압수자료 분석…관계자 소환조사

경찰은 화재 원인과 함께 최초 발화지점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1층 하역장 주변에 서 있던 1t 화물차(탑차)에 대한 정밀 감식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 중이다. 하역장 부근 CCTV 영상에는 물류기사가 물건을 내려 이동한 뒤 화물차 조수석 오른쪽 뒤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과는 별도로 화재 사건 자료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대전경찰청 관계자들이 압수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현대백화점 측은 재개장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입점업체와 보상 방안 등 협상을 진행 중이다. 입점업체 직원과 상인 등 1000여 명은 다음 달 4일쯤 첫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중간관리 매니저는 350만원, 일반 판매사원은 25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대전시, 재발방지 대책과 권고사항 발표

대전시는 25일 ‘현대아울렛 유사 화재 재발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새로 만드는 대형 건축물(유통매장 등) 지하 주차장에 제연·배연설비를 설치하고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강력히 권고할 방침이다. 근로자 사무실·휴게실을 지하가 아닌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대형 판매시설 창고나 하역장은 지하 주차장·판매시설과 분리 설치하고, 화재 반응 속도가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도 권장키로 했다.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 한 달이 지난 25일 오후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진열된 물건을 밖으로 빼내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한편 지난달 26일 오전 7시45분쯤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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