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가 만난 서울의 한 일선서 팀장급 경찰(경감)도 “잠복근무 등 하다가 발생하는 식사비나 주유비 등은 나중에 수사비로 청구하곤 하는데 요샌 ‘돈이 부족하다’는 말이 위에서부터 계속 내려오고 있다”며 “올 초 발생한 한 강력사건으로 고생하는 팀원들 독려하기 위해 밥이라도 잘 먹이려다 보니 결국 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경사)은 “‘돈 없다’고 수사가 늦어질 순 없고 여러 할 일 하다가 일단 내 돈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러다보니 각 서마다 (돈 아끼려고) 구내식당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많다더라”고 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사건수사비 예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과정에서 사건수사비와 수사경찰 활동 여비는 기존 편성안보다 각각 27억9700만원(555억6400만원→527억6700만원), 6억1100만원(132억8900만원→126억7800만원) 삭감됐다. 수사 인원은 오히려 전년(3만2500명)보다 2179명 늘어(3만4679명) 1인당 월평균 사용 가능 수사비는 14만5000원에서 13만원대로 줄었다.
이를 두고 한 경찰 관계자는 “총알은 부족한데 병사는 많아진 셈으로 수사를 위해 자비를 쓰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고 짚었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가 한국경찰법학회 학술지 2020년 2월호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지난 2018년 9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 경찰청 및 지방청, 경찰서 근무 수사 경찰관 1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비(私費)로 부족한 수사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866명(전체 중 64.6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수사비 감축 및 인력 재배치로 경찰 일선 불만이 가열되는 가운데 신규 인력 확충 및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단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비나 인력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당장 마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사 등 각 분야 경력을 인사고과에 반영해서 승진이나 보직 인사 혜택을 주는 게 일선 불만을 가라앉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가시적인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일선의 불만을 가라앉혀야 한단 의견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에 단순 격려만 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떻게 지원을 해주고, 언제까지 목표를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청장이 보여줘야 한다”며 “청장이 일선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수사현장의 어려움은 알고 있다. 떠나가는 수사를 돌아오는 수사로 바꾸기 위해 자체적으로 시행가능한 과제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인력, 예산 등 일선 수사현장에서 필요한 인프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