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국감서 “망 무임승차 안 했다”는 구글·넷플릭스에, “증언꾸라지” 호통

중앙일보

입력 2022.10.21 20:20

수정 2022.10.2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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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왼쪽)과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총괄(전무)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회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여야가 추진하는 ‘망 사용료 의무화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구글코리아와 넷플릭스코리아 임원들이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적극 목소리를 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트 사업자(CP)인 유튜브·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ISP, 인터넷 제공 사업자)들과 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갈등 중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국민의힘 김영식·허은아·홍석준·박성중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영찬·장경태·변재일·조승래 의원 등 10여 명의 과방위 위원들이 구글과 넷플릭스를 집중 질타했다. “유한한 자원인 망을 제일 많이 쓰는 기업들이 왜 돈을 안 내겠다고 버티냐(윤영찬 의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네이버·페이스북 등과 형평성 문제가 있지 않냐(홍석준 의원)” 등 질의가 이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글·넷플릭스 입장은

양사 대표로 국감에 출석한 증인들은 ‘무임승차’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ISP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여하고 있는 게 많다는 주장이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은 트래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캐시 서버, 해저 케이블, 인코딩·디코딩 등 압축 기술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또한 (미국에서 통신사에) 접속료를 내고 있다. 접속료를 낸 CP는 세계 어디서든 망 사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을 신문하고 있다. 사진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총괄(전무)은 “넷플릭스가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근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보고서를 보더라도 CP가 ISP 망에 무임승차 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트래픽 증대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여러 기술적 조치를 개발하고 있다”며 “일례로 거액을 들여 자체 콘텐트전송네트워크(CDN)를 구축해 전 세계 7000여개 ISP들의 문앞에 콘텐트를 보내드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콘텐트에 1조원 넘게 투자하고 있는 점도 감안해달라”고 덧붙였다.
 

내 요금·화질은?

망 사용료 부과 시 유튜브의 화질 저하(장경태 의원), 넷플릭스의 요금 인상(허은아 의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구글코리아 김 사장은 “아직 (화질을 내리는) 그런 대응 매뉴얼은 없다”고 답했고, 넷플릭스코리아 정 전무는 “사용자 요금은 콘텐트 투자 등 여러 요인에 근거해 결정되기 때문에 망 사용료 하나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정교화 넷플릭스 정책법무총괄(전무)를 신문하고 있다. 사진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방통위 입장은

주무부처장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비용 분담’ 쪽에 힘을 실었다. 한 위원장은 “망 비용은 (CP와 ISP가) 공평하게 분담하고 이용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는 게 제 원칙적 입장”이라며 “다만 분담의 기준은 사업자 협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구글, 여론 선동했나”

이날 구글은 통신사들이 제기해온 ‘여론 선동’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했다. 지난달부터 갑자기 증가한 인기 유튜버들의 망 사용료 공론화 영상에 대해 “선동하거나 지시한 적은 없으나 호소를 부탁드렸다”고 확인한 것.
 
망 사용료 입법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오픈넷’을 구글이 후원한 사실도 공개됐다. 변재일 의원은 “2013년 오픈넷 설립 당시 구글코리아가 혼자 3억원을 후원했다. 구글코리아에서 오픈넷을 만들었다고 봐도 된다”며 “올해도 2억 2000만원을 기부했다”고 지적했다. 김경훈 사장은 “구글이 오픈넷에 오랫동안 기부해온 것이 맞지만 지시하거나 동원하거나 선동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망 사용료 입법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픈넷은 구글이 설립 당시 3억원, 올해 2억 2000만원을 기부한 시민단체다. 넷플릭스도 올해 오픈넷에 3000만원을 기부했다. 사진 오픈넷, 변재일 의원실

이게 왜 중요해

외국계 기업들이 ‘모르쇠’ 관행을 깨고 적극 설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해당 법안이 양사의 이익에 치명적이란 뜻. 한국에서 망 사용료가 법제화될 경우,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인 유럽이나 미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전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 국회에 출석을 요구 받더라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세부 내용을 잘 모르거나 권한이 크지 않은 국내 법인 관계자를 국감 증인으로 보내 “실무자가 아니라 모른다”, “본사의 방침”이라며 답변을 회피한 경우가 많았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을 야단치고 있다. 사진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그러나 이날 적극적인 설명에도 과방위 위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연 2조원 가량의 앱마켓(구글플레이) 매출이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사 실적에 반영되는 점 등 조세 회피 문제도 함께 거론하며 호통을 이어갔다. 특히 정청래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김경훈 사장의 화법을 지적하며 “지금 증인은 국회에 교묘한 도발을 하고 있다”며 “오늘 답변 태도가 정치 100단 정도 된다.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걸 보고 미꾸라지라고 하는데, (증인은) 증언꾸라지다”라고 야단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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