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이 일본 열도를 넘겨 태평양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등 전략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응한 움직임이다.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IRBM은 미국의 전략기지인 괌(약 3500㎞) 사정권을 훌쩍 넘긴 약 4500㎞를 비행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쏜 미사일 중 가장 멀리 날아간 미사일이었다.
한ㆍ미 군 당국은 이처럼 북한이 강하게 도발하자 강공으로 맞섰다. 4일 오후 서해에서 F-15K 전투기로 공대지 유도폭탄을 투하하고, 이날 밤부터 동해로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정밀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훈련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육군의 현무-2C 미사일(사거리 약 800㎞)이 발사 직후 추락하면서 화염이 치솟아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매우 놀라기도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탄두는 민가에서 700m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도 군이 사고 이후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해상 연합훈련 가질 듯"
6일엔 동해 공해상에서 한ㆍ미가 다시 연합훈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미 항모강습단 전개가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아직 훈련 내용이 확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ㆍ미ㆍ일은 지난 8월 환태평양훈련(RIMPACㆍ림팩)을 계기로 이같은 훈련을 갖고 공개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위성을 통한 데이터링크 체계로 정보를 공유하는 훈련"이라며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동해로 오지 않고도 훈련에 참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늦은 밤 사고, 이튿날 아침에 시인
군 관계자는 "발사 직후 미사일이 앞(해상)이 아닌 뒤(육지)로 날아오면서 기지 내 골프장에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다"며 "탄두는 민가에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화염이 올라오자 인근 주민들이 신고하고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낙탄 사고였지만, 군 당국은 이튿날 아침까지 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합참은 5일 오전 7시쯤 한ㆍ미 양국 군이 전술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2발씩 총 4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현무-2C 발사 실패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러면서 이후 기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따로 알렸다.
에이태큼스 발사는 현무-2C 추락 뒤 2시간 여 뒤인 5일 새벽 0시 50분쯤 이뤄졌다. 군 소식통은 "서로 떨어진 위치에 이동식 발사대(TEL)가 배치돼 있어 사고를 수습하고난 뒤 안전점검을 거쳐 에이태큼스 실사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5년 전에도 현무-2 발사 실패
당시 현장을 목격한 군 소식통은 “발사하자마자 지그재그로 회오리치듯 올라가던 미사일이 곧바로 추락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군 핵심 무기는 실전 상황에서 어떻게든 정상 작동해야 한다”며 “아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 왜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고탄 부실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지난 5년 동안 재고탄 관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지난 5년간 연합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남북 대화에만 올인하더니 결국 남은 건 불발탄이란 자조까지 나온다”고 군 내 분위기를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측과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