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지음
보고사
지명(地名)에는 인문환경과 자연환경이 녹아 있다. 땅의 유래, 지형, 지역민의 사고, 생활, 가치관, 이런 것들 말이다. 지명학의 연구 영역인데, 지명에 대한 관심이 학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한 민족의 세계적인 이산(離散), 즉 디아스포라 현상을 생각하면 결국 같은 핏줄을 나눈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지명 규명하기'는 과도한 민족 감정에 휘둘릴 가능성도 안고 있다.
박현규 순천향대 중문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중국 전역에 위치한 한국 관련 지명을 객관적으로 조사한 결과물이다. 100회가 넘는 학술조사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관련성을 따졌다. 북경 일대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지명 등 모두 10개 장으로 나눠 소개한다.
중국 광서(廣西)의 백제허(百濟墟) 지명을 다룬 9장이 특히 논쟁적이다. 현 지명이 백제진인 백제허는 광서의 행정 중심인 남녕의 동남쪽 15㎞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백제가 중국 대륙에 진평군(晉平郡)을 경영했다는 『송서(宋書)』 등을 근거로 KBS '역사스페셜'이, 백제허가 바로 진평군이라고 1996년 방송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백제허 건립 시기, 언어 등을 조목조목 따진 박 교수의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