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8년 왕세자 자리에 올라 64년을 왕세자 신분으로 보낸 그지만, 국왕 즉위로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그는 영국 왕실의 수장으로 그 재산을 관장하게 되는데, 미국 경제지 포춘과 CNBC 등에 따르면 왕실이 소유한 총자산은 지난해 기준 약 280억 달러(약 39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법에 따라 국왕과 그 승계자는 상속세를 면제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받게 되는 돈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모은 약 5억 달러(약 6915억원)의 개인 재산 중 자신의 몫뿐이다. 그 외의 왕실 재산은 임의로 처분할 수 없고, 왕실 운영은 영국 재무부가 지급하는 교부금으로 이뤄진다. 2021~2022 회계연도 왕실에 지급된 교부금은 약 8600만 파운드(약 1380억원)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영국 언론들은 찰스 3세가 구두를 여러 번 수선해 신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윌리엄 왕자의 왕세자 임명도 이뤄졌다. 찰스 3세는 지난 9일 그의 첫 번째 대국민 연설에서 큰아들 윌리엄을 영국 왕실의 공식적 왕세자를 뜻하는 ‘웨일스 공(Prince of Wales)’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윌리엄 왕세자는 10일 “찰스 3세 왕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도움으로써 여왕과의 추억을 기리겠다”고 밝혔다.
왕위 즉위로 다시 떠오른 다이애나비의 그림자는 그가 극복할 과거다. 찰스 3세는 1981년 당시 20세의 다이애나 프랜시스 스펜서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지만, 불륜 등의 문제로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을 보냈다. 지난 1992년 11월 부부는 영국 왕실 인사로는 첫 한국 공식 방문에 나서기도 했지만, 한 달 후 나왔던 별거 발표 전 마지막 외국 방문이 됐다. 이들은 결국 1996년 이혼했다.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찰스 3세는 불륜 상대였던 커밀라 파커 볼스와 2005년 결혼하며 그에게는 지울 수 없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국민의 반발로 다이애나가 사용했던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Princess of Wales)’ 대신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던 커밀라는 남편이 왕위를 승계하면서 영국 법에 따라 왕비(Queen Consort) 칭호를 얻게 됐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전통에 따라 현실 정치에 직접적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여왕과 달리, 환경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그가 다른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그는 앞서 환경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편지를 의원들에게 보내며 ‘간섭하는 왕자’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단 찰스 3세는 앞서 2018년 BBC와 인터뷰에서 “군주가 되는 것과 의견 표명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