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보고 문건 선별…압수수색에 3개월 이상 걸리기도
서울중앙지검이 맡은 ‘강제 북송’ 사건도 지난달 법원이 영장 발부하면서 구체적인 압수수색 방식을 정해줬다고 한다. 검찰이 원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영장을 한 차례 기각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2019년 10월 31일~11월 7일 생산된 기록물의 날짜, 작성자 등 개요만 먼저 본 뒤 전문을 열람할 문서를 선별하면, 이후 원본 문서에서 사본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진 것은 세 차례인데, 실제로는 2주 동안 더 자주 기록관에 가야했다”며 “수사 속도가 늦어지니 아쉬운 마음도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피살된 2020년 9월 21일 이후로 일정 기간 작성된 기록물의 개요만 먼저 확인하고, 이 중 열람이 필요한 자료를 선별하게 했다. 검찰 내부에선 관련 기록물을 다 확보할 때까지 최소 2주~3주는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이전 정부의 청와대, 사실상 직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수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크다. 대통령이 퇴임하면, 국회 등에서 고소·고발전이 오가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과거 사례를 보면, 진보-보수 정권이 교체된 뒤 상대의 집권 때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기록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2008년 靑기록 유출 수사가 처음…文정부 매년 한 번씩 압색
박근혜 정부 때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포렌식 전문요원 6명을 뽑아 ‘기록관 압수수색 준비팀’을 만들고, 3차례 기록관 현장 답사도 거쳤다. 2015년 8월 17일 실제 압수수색 땐 국내에 한 대 있던 4억원짜리 디지털 증거 분석용 특수차량까지 동원됐다. 결국 외장하드 97개 복사, 기록물 1000여 박스 검색 등 방대한 작업 끝에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회의록을 파기하고 서류를 파쇄·소각한 혐의로 집행유예형이 확정됐었다.
기록관 압수수색이 가장 많았던 건 문재인 정부 때다. 임기 동안 매년 한 차례씩 이뤄졌다. 2017년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7시간 기록 조작 의혹, 2018년 이명박 정부 댓글 여론조작 의혹, 2019년 박근혜 청와대의 김학의 성접대 수사 방해 의혹, 2020년과 지난해엔 세월호 참사 조사 방해 및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이 중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진 댓글 지시 자료를 확보할 때는 검사 1명을 기록관에 3개월 넘게 출근시키기도 했다.
대규모 수사 이후 기소됐지만, 무죄가 나온 경우도 있다. 세월호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방식 및 시점 등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함께 기소된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정숙 여사의 의상, 액세서리 등 의전비용에 대한 공개를 거부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의전 비용이나 특활비 집행 관련 부분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지만,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선 기록물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당시 패소한 문재인 정부는 항소한 상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정권이든 국민 세금이 들어간 부분은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공직자들이 쓴 내역을 국민이 못 보면 누가 보느냐. 안보, 외교 등 국가 기밀 관련이 아닌 의전 비용은 기록물에 포함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