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오전 4시 50분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했다. 태풍 상륙을 전후로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영·호남 시민 상당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날 오전 1시쯤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는 20대 남성 A씨가 남천교 아래 하천에 휩쓸려 실종됐다. A씨는 술을 마신 상태로 일행 5명과 하천에 발을 담갔다가 사고를 당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11시 40분쯤에는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태풍 중계를 하던 유튜버가 방파제를 넘은 파도에 한 차례 휩쓸렸지만, 육지 쪽으로 떠밀려 나면서 사고를 피했다. 전날 콘크리트 더미로 임시 차수막을 쌓고, 통유리창에는 합판을 덧대는 등 태풍 방비에 힘썼던 해운대 청사포 일대 상가는 강풍과 파도에 유리창이 깨지고 가게 내부가 휩쓸리는 등 큰 피해를 봤다.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 도로 100여m 구간 곳곳과 수영구 민락수변공원과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도로 등은 태풍으로 파도가 넘어오면서 아스팔트가 파헤쳐 졌다. 인근 상가도 유리창 등이 파손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강한 비바람이 이어지며 정전 사고도 속출했다. 한국전력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부산과 울산·양산·김해 일대에서 모두 3997가구가 정전됐다. 이날 오전 4시 50분쯤에는 남해군 남해읍 한전 남해변전소가 침수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침수 규모는 폭 1.8m, 깊이 1m가량이었지만 다행히 전력구에 물이 들어오지 않아 남해 전역 정전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밤새 수백건 소방활동 진땀… 교통 통제 속속 풀려
이 밖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간판과 에어컨 실외기 안전 조치를 비롯해 배수 지원 등을 요청하는 시민 신고가 밤새 수천 건 넘게 쏟아졌다. 다만 경남에서는 앞선 태풍 때보다는 신고 건수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소방본부 집계를 보면 2020년 9월 ‘마이삭’ 때는 소방 신고 2089건, ‘하이선’ 때 1350건이 이뤄졌지만 힌남노는 1178건이었다.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도내 농작물 507ha, 시설물 9.2ha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경남에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경남지역 노량대교(하동~남해), 창선대교(남해~사천), 창선교(남해 창선면~삼동면), 신거제대교(거제~통영), 동진교(고성~창원) 통제가 해제됐다. 마창대교(창원 성산구~마산합포구)와 거가대교(거제~부산 가덕도)도 오전 8시 통제가 해제됐다.
광주·전남북·제주도 정전·시설물 파손 속출
누적 강수량은 오전 8시 기준 광양 백운산 234.5㎜, 완도 청산도 233.5㎜ 등이다. 1시간 최다 강수량은 여수 53㎜, 최대 순간 풍속은 신안 가거도 42.3㎧를 기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곳곳에서 간판 이탈, 나무 쓰러짐, 교통시설물 파손, 창문 깨짐 등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처리한 안전 조치는 전날 밤부터 오전 8시 현재까지 광주 55건, 전남 170건, 전북 45건이다.
강풍 탓에 정전 사태도 속출했다. 광주 광산구 소촌동 주택·상가 등 991곳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전남에서는 목포·순천·여수 등 16개 시·군 1만2218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전북 남원·고창에서도 203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신안군 흑산면 예리선착장과 여수 돌산읍 상동방파제, 완도 보길면 중리방파제 등 전남 지역 어항시설 3곳도 무너졌다. 여수·영광·완도에서는 소형선박 4척이 침수됐고, 전북 익산·정읍·군산·전주·임실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덮쳤다.
밤까지 최대 200㎜ 비에 강한 바람
다만 부·울·경 지역에는 폭우와 강풍 등 힌남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전까지 50㎜에서 최대 200㎜ 이상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한 바람과 너울성 파도도 이어지겠다. 기상청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강풍에 따른 월파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