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한국에서 브래디 미카코의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올해만 세 권. 가장 최근 나온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는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의 후속편으로 일본에서는 이 두 권이 100만부 넘게 팔렸다.
1965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영국에 사는 일본인. 팝 음악에 심취해 고등학교 졸업 후 영국에 건너갔다가 아일랜드 남성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인종과 종교가 다양한 영국에서 엄마인 저자가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엠퍼시와 심퍼시(sympathy)의 차이를 지적한다. 심퍼시는 동정하거나 공감하거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이며, 엠퍼시는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 등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불쌍한 사람을 보고 동정하는 건 심퍼시, 자신과 다른 이념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상상해보는 건 엠퍼시다. 다르다는 전제로 다가가는 엠퍼시는 그야말로 지금 같은 분열 시대에 공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재일코리안들이 많이 사는 교토 우토로 마을의 방화 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 불을 지른 범인은 법정에서 “한국사람에 대한 적대심이 있었다”고 했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되고 차별적 언동을 막으려는 움직임은 있으나 특히 인터넷상에서의 차별적 발언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책에 나오는 영국의 이민에 대한 적대심도 ‘다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증오가 뿌리에 있는 것 같다. 엠퍼시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는 일본에서 ‘논픽션 대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으로 독서감상문을 쓰는 청소년도 많다. 예전에 비해 청소년 주변도 다양해졌다. 국제결혼이 늘어나 부모가 외국인인 경우도 많고 책에 여러 번 등장하는 LGBTQ(성소수자) 학생도 적지 않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데 부모 세대보다 거부감이 없는 학생이 많을 것이다.
한국도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예를 들어 대히트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다양성에 대한 드라마였다. 주인공이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재판 관계자 중 레즈비언, 탈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했다.
이번에 나온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2』에서 아들은 더 자라 대학 입시를 의식할 나이가 되면서 빈부 격차가 진로에 주는 영향을 느끼기도 한다. 인상적인 건,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다. "더 이상 공무원과 회사원처럼 조직에 고용되는 것만 상정할 수 없는 시대"라는 말에 나는 세대 차이를 느꼈다. 예상하기 어려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지금 젊은 세대는 일찍부터 ‘자립’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전 아사히신문 기자.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동국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 2020년 한국에서 에세이집 『어디에 있든 나는 나답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