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예뻐요”…너와 나의 ‘거리두기’ 허무는 포옹[BOOK]

중앙일보

입력 2022.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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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의 포옹

은혜씨의 포옹
정은혜 지음

이야기장수
 
남녀노소 예외 없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종이 위에 연필로 비뚤배뚤 그린 그의 그림 속에선 누구든 옆 사람을 와락 끌어안은 모습이다.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작가의 첫 번째 그림에세이인 이 책은 그가 2019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캐리커처로 가득하다. 정 작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배우로 얼굴을 알렸지만, 2016년부터 경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사람들 얼굴을 그려주는 화가로 유명했다. 그의 작품 중 ‘포옹’이 담긴 그림들을 한 데 엮었다.


키 150cm 작은 체구의 정 작가가 누구든 빈틈없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거리두기’가 예의가 된 시대에 한 사람이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환대의 몸짓처럼 보인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아요. 사람을 안으면 제가 따뜻해지죠.” “사람들 얼굴이 다 다르잖아요. 다 예뻐요.” 알록달록한 그림 옆에 놓인 문장들은 군더더기 없이 투명해서 더 묵직하게 와 닿는다.
 
성인이 된 뒤 “매일 동굴 속에” 있는 듯 어두웠던 시절을 지나 그림을 그리며 세상 밖으로 나온 정 작가는 이제 “내 그림엔 실수 없어요. 틀린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단단함을 지녔다.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이달 30일까지 서울 종로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전시 ‘포옹전’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