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중에는 2019년 가입해 약 1000만원을 날린 40대 중반 이모씨도 있었다. 이씨는 “당첨된 글이 많이 올라와 혹했다”며 “1년간 2등 당첨이 안 될 경우 전액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만기가 돼도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돈은 범죄 조직 총책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제보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총책 A씨는 이미 범죄 수익 대부분을 은닉하거나 써버린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 본인 명의의 재산은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검거 당시 고급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려 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A씨 등이 법정에서 실형을 받아도,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었다.
현장서 발견한 차명 재산 흔적 추적...130억원 묶었다
사이트 내부 데이터 조작 등 사기 정황을 파악한 경기북부경찰청은 인터넷 접속기록 추적 등으로 조직 총책의 은신처를 알아내 총책 등 4명을 체포하면서 현장에서 조직원들의 차명 재산 흔적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조직원과 주변 인물들 명의의 계좌 등을 추적해 숨겨둔 범죄수익을 찾았냈다. 조직원들의 차명 주식과 부동산, 예금, 자동차 등 130억원. 경찰은 지난달 20일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냈다. A씨 등 총책 4명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범죄로 돈 못 벌게 할 것"
다소 생소했던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은 점차 자연스러운 수사 절차의 일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 1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에서도 피해 재산 2215억원 중 396억원에 대해 몰수·추징보전이 인용되는 등 굵직한 재산·사기 범죄가 주 적용 대상이다.
경찰은 2019년 본청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범죄수익추적수사팀(범수팀)을 신설했고, 2020년 9월 마약거래방지법 개정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 권한을 받아냈다. 올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개정되면서 몰수·추징 보전 대상 범죄가 기존 200여개에서 장기 3년 이상 범죄로 확대됐다. 일선 서에서도 보전 신청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경찰 내에서 범수팀은 더 힘을 받는 추세다.
경찰은 피해 회복을 돕고, 범죄 유인(誘因)을 뿌리뽑겠다는 취지에서 범죄수익 추적·환수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아 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국정 과제로 “범죄수익 철저 환수”를 꼽았고,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도 지난해 2월 취임 당시 1호 과제로 “범죄수익 환수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위한 수사절차로 재정비하겠다”고 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로 더 이상 돈을 못 벌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급정지 규정 확대, 독립몰수제 도입해야”
경찰 내 범죄수익 환수 전문가로 평가받는 윤희동 경기북부청 사이버수사1대 팀장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이 인용돼도) 만약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도망 가면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독립 몰수·추징이 선고 된다면 피의자 재산부터 우선 처분해 환부할 수 있다”며 독립몰수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추후 본청 범죄추적수사팀을 계 단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는 기소 전 몰수·추징의 법적 토대가 개별 법에 다 산재돼 있다. 촘촘한 통일된 법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