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힘겨운 협상을 이어 오던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18개 상임위원장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의석 115석인 여당 국민의힘은 원 구성 갈등의 시발점이 됐던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해, 운영ㆍ기획재정ㆍ외교통일ㆍ국방ㆍ행정안전ㆍ정보위 등 7곳의 위원장을 맡았다. 169석의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곳은 정무ㆍ교육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ㆍ문화체육관광ㆍ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ㆍ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ㆍ보건복지ㆍ환경노동ㆍ국토교통ㆍ여성가족ㆍ예산결산특별위 등 11곳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시작하며 “원 구성이 지체돼 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의원 모두가 의정 활동에 매진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여야는 다음 달 2일 본회의를 열어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의 국회 사무총장 임명도 승인했다.
행안위ㆍ과방위 ‘1년씩 쪼개기’…與는 이상민, 野는 한상혁 택해
여야가 각각 행안위와 과방위를 선점한 데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보호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얽혀 있다. 민주당은 당장 과방위를 얻게 된 데 대해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 등 윤석열 정부 초반 여권의 언론 장악 시도를 방어할 수 있게 됐다”(원내 협상 관계자)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임기를 시작한 KBSㆍMBC 등 공영방송 사장들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민주당이 과방위를 선택한 이유다. 과방위 사정에 정통한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과방위원장이 되면 방통위원장을 본인들 입맛대로 바꾸려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이는 연쇄적으로 공영방송 사장 교체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고, 박성제 MBC 사장은 내년 2월, 김의철 KBS 사장은 2024년 12월에 끝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장관이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에 무게를 싣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행안위는 내치와 관련한 핵심 상임위”라며 “특히 정부 초반 경찰국 신설 등 중요 이슈가 있는 행안위에서 키를 잡아 정부 조직을 운용하는 게 집권당 입장에선 더 좋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후속 수단도 나눠갖기…정면충돌 예고
새로 선출된 일부 위원장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과방위원장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본회의 투표에서 231표 중 17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 18명 가운데 200표 이하를 얻은 이는 정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인 박대출 기재위원장(198표) 둘 뿐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주장한 대표적 인물로 여당에서 거부감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