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부담이 어느 정도 축소되면서 낙폭이 컸던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성장주엔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기업가치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가 높아져 조달비용이 늘거나,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성장주에 대한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이 공식은 올해 상반기에도 정확히 먹혔는데 성장주 중심인 나스닥(미국)과 코스닥은 대형주 중심의 지수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하락 중이고, 경기 부진에 임금상승률 또한 점차 하락하고 있어서 물가 안정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와 금리 부담이 작아지면 나스닥에 작용하는 중력은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관과 외국인의 달라진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달 들어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NAVER(1353억원)였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2차 전지 관련주도 많이 담았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주가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도 눈에 띈다. 대부분 상반기 매도가 집중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종목이다.
성장주 투자의 바로미터인 미국 나스닥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투자 심리를 바꾸고 있다. 지난달 중순 1만646.10까지 하락했던 나스닥은 21일 약 한 달 반 만에 1만2000선을 회복했다. 이달 들어서만 9.35% 올랐다. 테슬라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순이익(2분기 약 2조9700억원)을 발표하며 21일 하루 동안에만 주가가 9.78% 상승했다. 구독자 수 감소 우려에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0% 이상 하락한 넷플릭스도 최근 5일 연속 상승하며 주당 200달러 선을 회복했다.
투자 환경이 개선된 건 맞지만 확실한 반등 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바이오는 신약, 게임은 신작 같은 모멘텀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라며 “낙폭이 컸다고 무조건 기대하기보다는 실적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