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 업계에서 “골프 다음이 테니스”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테니스 시장 규모는 약 2500억원, 테니스 인구는 약 50만 명에 달한다.
특히 2030세대가 테니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관련한 운동기구·의류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에는 ‘테린이(테니스 어린이, 초보라는 뜻)’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27만 개에 육박한다.
팝업에 20만 명 방문, 한정판 라켓 완판
테니스 패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1970~80년대 윔블던 5회 연속 우승 신화를 그린 전설의 테니스 선수 ‘비외른 보리’를 후원한 휠라가 대표적이다.
스트라이프 피케 셔츠를 즐겨 입은 비외른 보리의 패션이 테니스 룩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후, 휠라는 ‘화이트 라인’이라는 이름의 테니스복 컬렉션을 해마다 선보이고 있다. 최근 테니스 패션의 열기를 감지해 올 봄여름 ‘화이트 라인’ 물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가량 늘려 출시했으며, 출시 초기였던 4월 초 이미 80% 이상 판매율을 기록했다.
테니스 컬렉션 내고, 해외 브랜드 인수도
LF의 아떼 바네사브루노에서도 테니스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매년 봄여름이면 냈던 바캉스(휴가) 컬렉션이 아니라 올해 처음으로 테니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중 몇몇 상품은 재주문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여성 패션 편집숍 W컨셉에서는 코캔클·라라·디아도라 등의 테니스복 기반 브랜드에서 출시된 주름 스커트와 점프 수트, 스포츠 양말이 인기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캐주얼 테니스복 브랜드 클로브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4% 성장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패션 기업 F&F는 이탈리아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를 사들였다.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세르지오 타니키의 주식을 약 827억원에 100% 인수한다고 밝혔다. 최근 골프에 이어 테니스에 관심을 갖는 MZ세대 수요를 읽은 것으로 파악된다.
SSG닷컴서 용품 매출 232% 성장
라켓 브랜드 윌슨을 담당하는 김인호 아머스포츠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는 “테니스 라켓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져서 현재는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좋아지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이 확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력이 큰 MZ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전체 테니스 인구는 20% 정도 늘었지만, 관련 시장은 40% 정도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옷 예쁘고 운동 효과 커, 젊은 여성들 선호
코로나19도 한몫했다. 야외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소수 인원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비슷하게 골프가 떴지만, 골프보다 제반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테니스 레슨을 ‘원데이 클래스’로 받아봤다는 직장인 최현진(34·서울 동대문구)씨도 “2인 레슨에 6만~7만원이라 크게 부담 없으면서도 장비도 모두 빌려줘 신발만 준비해가면 돼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SNS에 테니스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골프는 정적인 데 반해 테니스는 활동량이 많아 운동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실내 테니스장 등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테니스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에서 실내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조민정 테니스포레 대표는 “과거에는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도 테니스장이 없어 시작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실내 테니스장이 400~500개 이상 생기면서 시장이 확 커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볼 기계를 둔 스크린 테니스장도 생기는 추세다. 조 대표는 “정규 레슨 프로그램, 원데이 프로그램 모두 평일·주말 상관없이 거의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고, 젊은 커플이나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배우러 오는 등 젊은 층이 대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