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우울증 및 자살과 관련한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의 종합 평가를 위한 심리 평가도구를 개발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회복 탄력성 등 지표를 활용한 고위험 우울증 상관 분석이 가능해져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학대·따돌림·가정폭력) 등 심리·사회적 요인과 회복 탄력성의 상호 연관성을 밝히고,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Frontiers in Physics’에 발표했다. 회복 탄력성은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집한 73명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울 증상, 자살 위험성, 정신 건강의 취약·보호 요인 평가 자료를 활용해 정신 건강이 양호한 집단, 우울증 위험 집단, 질병과 건강한 상태의 경계에 있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그런 다음 세 집단을 대상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신경 내분비계(HPA) 축의 기능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타액(침) 속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석했다. 아침 기상 직후부터 30분 간격으로 총 3회 타액을 모은 후 타액 속의 코르티솔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따랐다.
회복 탄력성 높을수록 코르티솔 증가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이 아닌 유전·생물학적 특성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중 자살 위험이 있는 고위험 우울증 환자는 질환 초기에 신속한 치료를 통해 극한 상황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를 주도한 석정호 교수는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현장에서 우울증은 설문지를 이용한 자가 보고식 우울 증상 평가와 진료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표준적인 진단 절차였다”며 “이번 연구로 우울증의 진단과 마음 건강 상태의 특성을 평가하는 영역에서 타액 코르티솔 호르몬과 같은 생물학적 지표 평가가 가능해져 과학적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