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개발 명분 쌓나
이번 회의는 소집 시점부터 한국의 누리호 발사와 겹쳐 눈길을 끈다. 북한으로선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자체 위성 발사 국가가 된 걸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에 기반한다. 누리호와 같은 다단계 로켓에 인공위성 대신 핵탄두를 실으면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이 된다.
북한이 1998년부터 '인공위성 개발'을 주장하며 미사일 시험을 거듭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에도 탄도미사일을 쏜 뒤 '정찰위성 개발용'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해 ICBM 최대 사거리 발사를 염두에 둔 성능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정찰위성 개발은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 관련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북한으로선 한국의 누리호 성공을 자신들의 '자위권' 주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위성 개발로 포장한 ICBM급 도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을 확보하려 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1일 누리호 발사 때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발사 이틀 전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쐈고, 당일에는 올해와 같이 '광명성 4호' 관련 기록 영화를 방영했다.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선전 매체에서 누리호를 "실패작"으로 부르며 깎아내렸다.
핵실험 논의 여부 주목
앞서 지난 2013년 2월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처음으로 당 중앙군사위 확대 회의를 열었는데, 회의에서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지 열흘 만에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다만 이번 회의가 핵실험과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확대회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수뇌부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이뤄지는 핵실험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고 보긴 어렵다"며 "최대한 많은 참석자를 대상으로 비상방역체계 관련 당내 규율 강화, 장마철 수해 방지 계획, 식량난 등 엄중한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게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현재 봄 가뭄에 이어 보리 장마(초여름 장마)를 겪고 있다. 기상 상황과 식량난 등이 핵실험을 미루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장내성 전염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민심 동요 우려도 있다.
마라톤 회의, 왜
대신 회의를 거듭했다. 이달 초부터 정치국 회의(7일) → 전원회의(8~10일) → 비서국 회의(13일) → 당 중앙군사위(21일~) 순이다.
특히 22일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 관련 보도를 "상정된 의정들에 대한 토의사업을 시작하였다"고 끝맺었는데, 이는 회의가 하루를 넘겨 진행된다는 뜻이다. 중앙군사위가 이틀 이상 진행되는 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최고 지도자 급에서 회의를 거듭해야 할 '내부적 수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이번 당 중앙군사위는 앞선 전원회의에서 밝힌 '강 대 강' 대외 정책의 후속 조치를 논하는 차원일 수 있다. 또 당시 총참모장, 총정치국장 등 군 수뇌 인사를 교체한 만큼 군 기강 다지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