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 둔화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高)’ 현상이 겹치자 주요 기업의 경영 키워드가 ‘위기관리’로 바뀌고 있다.
원자재부터 환율·금리까지 모두 ‘출렁’
삼성, 사상 첫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
삼성 관계사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 실행해나갈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사장단 회의 소집에 재계에서는 “삼성이 조만간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K·현대차·LG도 경영전략 고심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사업모델이나 영역에 국한해서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벤치마킹을 할 대상을 찾거나 아니면 현재의 사업모델을 탈출하는 방식의 과감한 경영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금리 인상 등 엄중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한국에서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영 전략과 주요 권역별 영업·생산 사안을 점검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2년간 화상회의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대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대응전략이 주요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LG그룹도 지난달 30일부터 구광모 회장 주재로 한 달여간 전략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 이후 하반기 사업보고회만 진행했던 LG그룹은 올해 3년 만에 상반기 보고회를 재개했다. LG전자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별로 회의를 열고 있다. 첫 주자였던 LG전자 HE사업본부는 글로벌 TV 시장 환경과 차세대 올레드 TV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은 대내·외 경영 환경이 심각해지자 잇따라 전략회의를 열고 경영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요가 줄어 실적이 급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경영 환경 지원 나서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AA-) 금리는 3.8%대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수준이 됐다.
수출 환경도 좋지 않다. 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로 이어져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국내 내수시장이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이 오르며 고비용 체제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공급망 관리를 위해 정부가 통상외교를 강화하는 등 경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