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 김정일 사망후 쇠락…그런 北연예계에 새 얼굴 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18 12:12

수정 2022.06.1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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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는 2022년 4월 9일 평양국제영화회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을 공개했다. 사진은 주인공 남영주역의 배우. [영국 텔레그래프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영화광'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쇠락의 길을 밟아온 북한 영화·방송계에 최근 신선한 얼굴들이 데뷔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8일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종영한 TV연속극 '마지막 한 알'이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조선영화문학창작사 리안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이 드라마는 총 6부작으로, 1970년대 세계 탁구대회를 제패한 '탁구여왕' 박영순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다.
 
지난 4월 3일 조선중앙TV에 처음 방송돼 지난달 종영했는데, 선수 시절의 박영순 역을 신인 배우 리효심(22)이 꿰찼다.
 
재일본조선인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리효심이 평양연극영화대학 배우학부 영화배우과 3학년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뒤 "많은 시청자가 그를 전문 탁구 선수 경력을 가진 배우로 착각하였다" "진실한 연기 형상으로 보여주었다"며 극찬했다.


리효심은 종영 인터뷰에서 "미숙한 연기였지만 사람들이 어제날의 살아있는 박영순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 정말 흥분과 격정이 컸다"며 "그럴수록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분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도 신인 발굴이 이어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는 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을 공개했다. 북한이 신작 예술영화를 내놓은 것은 6년 만이다.  
 
'하루낮 하루밤'은 전쟁노병 라명희를 모델로 한 영화로, 주연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 맡았다.  
 
배우의 신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 영화는 별도 시사회를 가진 데 이어 지난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영화상영주간에 상영되는 등 북한 사회에서 이목을 끌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시사회 리뷰에서 '하루낮 하루밤'이 "심금을 틀어잡는 역동적인 사건 전개, 예상을 뒤집는 극구성의 탐구 도입으로 행동의 예술로서의 특성을 살리고 극적 견인력을 비상히 높였다"고 전했다.
 
예술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북한에서는 남한과 달리 '스타'가 나오기 어렵다. 또 '영화광'인 김정일은 영화 제작에 관여하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반면 '스포츠광'인 김정은은 체육부문에 집중함에 따라 그간 북한 영화·방송계는 쇠락을 거듭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평양국제영화축전(PIFF)도 2019년을 끝으로 열리지 못했고, 조선중앙TV에는 공훈배우, 인민배우 호칭을 받은 배우들의 수십 년 전 작품이 매일 재방송되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북한에서 올해 들어 신인 배우들이 잇따라 등장한 것을 두고 북한 문화정책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자본주의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침투해 사상이 이완되지 않도록 콘텐트 다변화에 나선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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