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리는 북 미니 SLBM…"측면기동, 요격 더 힘들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14:08

수정 2022.05.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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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오는 10일)을 사흘 앞두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을 발사한 지 3일 만으로 올해 들어 15번째 미사일(방사포 포함) 시위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월 1일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 제목의 1시간 45분짜리 새 기록영화를 공개하고 지난 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분야별 '성과'를 부각했다. 사진은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불리는 신형 SLBM의 지난해 10월 발사 장면.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난 7일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이른바 ‘미니 SLBM’의 사정권이 한반도 전역인 만큼 전형적인 대남 공격 무기체계로 평가한다. 비행 중 요격 미사일을 피하는 향상된 기동 회피 성능까지 갖춰 실전 배치 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다. 일각에선 향후 전술핵 탑재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다.
 
앞서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쏜 SLBM이 최고 고도 60여 ㎞에 약 6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미사일 실험용 잠수함인 ‘8ㆍ24 영웅함’(고래급ㆍ2000t급)에서 발사했던 SLBM의 비행 특성(최고 고도 60㎞, 비행거리 590㎞)과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력화를 위해 같은 미사일의 후속 시험발사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군 당국은 최근 수리를 마친 8·24 영웅함이 이번에도 SLBM 시험발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SRBM - 신형 SLBM 주요 특징 그래픽 이미지.

지난해 발사한 SL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개량형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KN-23은 ‘활공 도약 기동’(비행 종말 단계에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솟아올랐다가 내리꽂듯 비행하는 특성)을 하는데, 미니 SLBM을 쏠 당시 북측 발표에는 올해 극초음속 미사일(MARV)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측면 기동’(비행 도중 요격을 피하기 위해 타원 형태로 궤도를 바꿔 비행하는 특성)이란 용어도 썼다”며 “KN-23을 단순 개조한 게 아니라 요격이 한층 더 어렵게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시험발사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두 차례 시험평가를 통해 기술적인 안정성을 입증한 만큼 전력화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다만 북한이 SLBM을 쏠 수 있는 실전 배치용 잠수함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이번에 발사한 미니 SLBM을 북한의 기존 재래식 잠수함에도 탑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의 모습. 사진은 지난 2014년 6월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해함대사령부 예하 잠수함 부대인 해군 제167군부대를 시찰했다며 공개한 것이다. 사진 속 함교에 김 위원장이 보인다. 뉴스1

권 전 교수는 “현재 북한이 운영 중인 다수의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 함교를 일부 개조해 1발 정도 미니 SLBM을 발사하는 체계를 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무기체계를 개발하면서 예전 재래식 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며 “만일 기존 잠수함들을 미니 SLBM으로 무장시킨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옛소련이 1950년대에 설계한 로미오급 잠수함을 1973년부터 1995년 사이 중국으로부터 20척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노후화된 로미오급 가운데서도 5~10대는 개조해 SLBM을 탑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번 SLBM 발사 이후에도 관련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대통령 취임식 이후 7차 핵실험 등 일련의 도발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17년 4월에도 북한은 3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대통령 취임 나흘 뒤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하고 이를 과시했다. 이번에도 허를 찌르는 형태로 도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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