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진행할수록 신체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유난히 노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거동 능력이 떨어지며
건강 악화 속도가 빠르다면 문제다. 특히 노년기의 행복과 삶의 질은 거동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걷거나 움직이기 힘들면 일상생활뿐 아니라 장수를 기대하
기 어렵다. 가정의 달 5월, 한 번쯤 부모의 건강 지표를 살피고 거동 능력이 저하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에 나서자.
운동량 줄면 노년에 근력·관절 문제
거동 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조사 연구에서 50~69세의 14%, 70세 이상의 44%가 거동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동 능력이 중요한 건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을 평균 9.9년 관찰한 결과 사망률이 거동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 45%, 없는 경우 15%로 차이가 컸다. 거동 능력은 뼈와 근육, 지방 등 몸의 주요 구성 요소 모두와 관련 있다. ▶골다공증 ▶근육량 감소 ▶낙상 과거력 ▶느린 보행 속도 ▶약한 악력 ▶지방량 증가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거동 능력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마치 혈압과 혈당, 혈중 지질 농도, 당뇨병, 비만 등을 아우르는 대사증후군을 심혈관계 질환의 유발 요인으로 인식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비교적 젊을 때부터 이를 살펴 급격한 노화를 막고 거동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요 과제는 뼈·근육의 건강을 다스리고 비만하지 않게 체중을 관리하며 균형감각을 향상하는 것이다. 첫째, 뼈와 근육 관리다. 뼈는 약해지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로 낙상·골절과 같은 이차적인 문제를 겪고 나서야 발견된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소영 교수는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 증상이 나타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자신의 뼈 상태를 지속해서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폐경 후 여성이나 70세 이상 남성, 조기 폐경과 같은 골다공증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골밀도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칼슘·필수 아미노산도 잘 챙겨야
둘째, 영양 관리다. 무작정 섭취량을 늘리기보다 근육 유지와 체중 관리에 초점을 두는 게 핵심이다. 우유·치즈·요구르트·굴·조개·녹색 잎채소 등으로 신경과 근육 움직임의 필수 요소인 칼슘을 보충한다. 우리나라 노년층은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은 대신 단백질·지방 섭취량은 부족한 편이다. 영양 균형을 맞추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면 식단에서 단백질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장한다. 단백질은 체중(㎏)당 약 0.8~1g 섭취하는 게 정석이다. 이때 중요한 건 콩이나 시금치, 두부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 섭취와 함께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사 때마다 흰살 생선이나 닭고기, 돼지고기 안심·뒷다리 부위, 소고기 우둔살·사태·토시살, 달걀, 오징어 등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이다.
마지막은 균형감각 관리다. 나이가 들면 하지 근력이 약해지고 감각이나 관절의 활동 범위가 줄면서 자세가 무너지고 동요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세가 흔들릴 때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근수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심부 근육은 주로 몸의 균형을 잡을 때 쓰이는데 일반적인 근력 향상 운동만으론 단련하기 힘들다. 실내에선 감각 기능을 이용하고 근육의 수축·이완을 반복하는 짐볼 운동으로 균형 능력을 키운다. 또한 발끝이나 뒤꿈치로 걷기, 일직선으로 걷기, 한 발로 서 있기, 옆으로 걷기 등을 꾸준히 함으로써 균형 감각을 자극·향상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