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안이 발효되기 위해선 27개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겐 좀 더 긴 기간을 뒀다. 두 나라는 2023년 말까지 기존 계약 하에서 러시아 원유 수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이지만 정부가 러시아에 우호적이고,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약 70%로 높다.
6차 제재안에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다른 주요 2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3개 대형 러시아 국영 방송사의 EU 내 방송 금지와 고위 러시아군 장교, 러시아정교회의 수장을 제재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종교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독교·천주교에 이은 기독교 3대 분파인 동방정교회의 가장 큰 교파인 러시아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지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의 행동이 우호적인 관계를 해쳤다"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리·언론인·교수 등 일본인 63명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앞장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 딸의 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에 대한 신규 직접투자도 금지했다. 이에 러시아는 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하고, 이 지역을 전면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혀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 인사를 입국 금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어 지난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서방 정상에 대해서도 같은 제재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