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오피니언 기획 ‘나는 고발한다. J’Accuse...!’가 5월 2일부터 일주일 동안 교육 관련 글을 연속으로 싣습니다.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다음달 1일 교육감 선거(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진 여러 교육 관련 이슈를 짚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일 문재인 정부의 진보 교육계가 만들고,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손대지 못하도록 대못까지 박은 ‘교육자 중심 교육 지배 체제’(학생·학부모가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교사·교수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이뤄지는 시스템)를 비판하는 안선회 중부대 교수의 글을 전한 데 이어, 오늘(3일)은 왜곡된 데이터로 진보 진영의 이념적 방향을 대입 제도에 욱여넣으려는 학종(수시)파를 비판하는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의 글이 나갑니다. 이후 금기가 된 초·중·고 진단평가, 국가 수준에 맞지 않는 대학 교육비에 대한 칼럼을 차례로 게재합니다.
이러한 수능 절대평가 방침은 즉각적으로 사회적인 비판과 반발에 직면했다. 이것은 부모 찬스,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 등으로 국민적 불신이 높은 학종(수시)을 오히려 확대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요구하는 열망에 대해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당초 김 장관이 2017년 8월 10일로 예고했던 수능 개편 발표는 결국 1년 뒤로 연기되었고, 문 대통령은 “대입제도의 단순화와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정시 확대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김 장관에게 중요한 것은 여론이나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이념적 지향성이었다. 그는 학종 중심의 입시 제도 변화를 위한 조직을 만들고 학종 확대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청와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8년 3월 교육부 차관이 김 장관 의지와 정반대로 주요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청했는데, 이게 청와대 의중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결국 김 장관은 대입제도 개편을 '대입제도 공론화'로 넘기고 퇴진했다.
공론화의 결과 '정시 45% 이상 확대' 방안이 1순위로 채택됐다. 그러나 학종파가 주도하는 국가교육회의는 "1, 2위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논리로 공론화 결과를 없던 일로 만들고, 대신 일부 대학에 정시 30% 이상 확대를 권고하는 미봉적 수준의 물타기로 반격했다.
대통령이 통제 못 하는 대통령 사람들
문재인 정부의 문제 중 하나는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의 사람들에 대해서 청와대와 대통령이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김상곤 장관이나 국가교육회의 인사들은 모두 대통령의 임명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 방향보다 그들 자신의 ‘이념적 방향성’이나 ‘이해관계’가 더 우선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단순성과 공정성”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제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거나 물타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어떤 정책이든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그럴듯해 보이면, 시뮬레이션도 해 보지 않고 그것을 곧바로 정부 정책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김상곤식 절대평가에서는 동점자가 평균 1만5000명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동점자들을 두고 최종적으로 누굴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상식적인 질문에 대해서조차 체계적인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나중에 일부 인사들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를 팔아먹으면서 제비뽑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무능한 청와대 참모들
삐뚤어진 진영논리
13개 대학 감사를 거치면서 학종(수시)파들이 그토록 “교육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요소”라고 주장해왔던 거의 모든 비교과 활동이 폐지됐거나 곧 폐지된다. 이제 정성평가 항목 가운데 남은 건 '세부능력 특기사항(세특)' 뿐이다. 교과 담당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걸 말한다. 학종(수시)파는 세특을 대입에 반영해야 학교는 정상화하고, 학생은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사의 주관적 서술 평가가 대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교사들에게 학생을 통제하는 강력한 권력을 부여한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객관식 시험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수능 시험이나 학교 내신 시험이 반드시 객관식 시험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험성적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방식의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주장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수험생이 온갖 서류 작성에 힘을 쏟거나 교사들의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학부모들이 여기저기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입시제도는 중단돼야 한다.
[사걱세의 별별시각] 대한민국 교육, "뭣이 중헌디?"
[독자 최윤균의 반박불가]생기부는 교사의 제왕적 권력일 뿐
[독자 최윤균의 반박불가]생기부는 교사의 제왕적 권력일 뿐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은 진보진영의 학종(수시) 확대를 통한 '수능 무력화'를 비판합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정시와 수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정시 비율을 늘린다고 공정한 결과가 나타나겠느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정시 확대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을 지도하는 멘토링 전문가인 독자 최윤균씨는 학종(수시)의 근간인 생활기록부는 교사의 제왕적 권력 유지 도구일뿐이라고 말합니다. 사걱세와 최윤균씨의 글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