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 가스기업 PGNiG는 가스프롬으로부터 27일 오전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끊길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독일로 연결되는 유럽 3대 천연가스 라인으로, 폴란드는 이를 통해 연간 약 90억㎥를 수입한다. 이날 불가리아 에너지부도 국영 가스기업인 불가르가스가 가스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이날 “폴란드와 불가리아 가스회사로부터 4월분 가스 공급 대금을 루블화로 받지 못했다”며 “두 나라는 (대유럽 수출을 위한) 경유국이기도 한데 제3국 공급을 위한 경유분 가스를 이들 국가가 불법으로 취할 경우 경유용 가스 공급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초점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탈리아 등으로 모인다. 로랑 루세카스 S&P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폴란드·불가리아 사례는)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회의’에 참석해 “독일 방산업체 KMW(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의 게파르트 자주대공포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주최한 이날 회의에는 40개국이 모였으며, 한국과 일본 대표단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독일의 결정은 중요한 조치이며 우크라이나의 군사 능력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파르트 자주대공포는 레오파르트 전차대 위에 35㎜ 포와 레이더가 장착돼 있으며 저공으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를 무력화시킨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엔 중대한 정책 변화”라며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서방 무역국인 독일의 결정은 외교적 해결에 대한 회의 속에 전쟁이 고조될 거라는 신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무기 지원에 신중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2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직접적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 핵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