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6명의 고검장 전원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이날 일괄 사표를 냈다. 검찰 지휘부가 총사퇴한 셈이다. 대검 차장검사와 광주고검장을 지낸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의를 표명했다.
박병석 중재안…檢 “공안부 즉시 폐지, 특수부 순 단계적 말살”
앞서 박병석 의장은 이날 오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 ▶6대 중요범죄 중 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범죄 수사권 즉시 폐지 ▶부패·경제범죄 수사권은 향후 1년 6개월 내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한시적 유지 ▶검찰의 보완수사 때 여죄 수사 금지 ▶4월 임시국회 내 법안 의결 등을 담은 중재안을 내놨다. 이에 양당 원내대표과 의원총회를 거쳐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검수완박’이 실현됐다.
여야의 중재안 합의 소식을 접한 검사들은 ▶수사와 기소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숙의 없이 시한을 못박아 법안을 통과시키는 한편 ▶경찰권 비대화 통제 방안 등이 담기지 않아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불사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던 야당이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가짜뉴스 아니냐. 정말 사실이 맞느냐”고 묻는 등 검찰 전체가 술렁였다.
특히 중재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의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선거범죄를 수사해 온 각 검찰청 공공수사부(옛 공안부)는 곧바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반부패강력수사부·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도 전국 5개(서울중앙지검 2개, 대구·광주·부산지검 각 1개) 부에서 3개 부로 축소하고, 향후 1년 6개월만 존치하는 등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됐다. 반부패수사 검사 수도 줄이기로 했다.
검찰 간부 “지방선거 한 달앞 여야 국회의원·선거 수사 폐지 담합”
한 검찰 간부는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틀어막는 데 여야 정치인들이 담합을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간부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닭 쫓던 개가 됐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단계적인 검찰 말살”이라며 “특수부는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동해 살아남게 하면서 검찰을 갈라치는 안”이라고 했다.
일선 검사는 “선거사범에 대해 세계 유례없는 6개월 최단기 공소시효를 규정한 우리나라에서 검찰의 선거수사를 없애는 건 앞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막는 정치인만을 위한 법”이라며 “정치인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일반 형사범 시효로 개정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중재안의 1항부터 동의할 수 없다. 4월 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것도 강행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기소와 수사를 분리할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다. 민주당 안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는 “다른 법률과 체계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법안을 진짜 저 기한 안에 만들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차라리 수사권은 전부 폐지하더라도 검사의 수사요구에 경찰이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미국식 사법통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