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천은 북한 권력의 핵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5인 중 한 명이다. 정부 당국은 박 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군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조하는 북한에서 군 관련 인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책이다.
그런 그가 북한이 최고의 기념일로 여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회 생일(2월 16일), 지난주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15일) 및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집권 10주년 행사 등 최근 중요 정치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도 당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등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 위원장의 부인인 이설주와 첫 줄에 섰는데 박정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지난 2일자 서욱 국방부 장관을 직격하는 본인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최근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을 담은 기록영화에도 그의 모습이 담겨있어 박정천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북한은 큰 '과오'를 저질러 좌천되거나 문책을 당할 경우 최고지도자와 함께 있는 흔적을 지우곤 한다.
그의 위상이나 역할, 최근까지의 활동을 고려하면 길어지는 잠행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박 비서에게 일시적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수준의 건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고위 인사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요양'이라는 형식으로 집중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익명을 원한 고위탈북자는 "통상 (북한) 고위인사가 공식 석상에 오래 등장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비공개 해외출장을 나서는 경우가 있다"며 "코로나19로 해외출장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건강 문제로 장기간 요양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25일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활동 기원으로 삼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일이다. 북한은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일인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새로운 전술무기를 공개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군 서열 1위 박정천의 참석 여부도 이번 열병식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