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에 힘을 실었다. 그는 “양측 주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미사일이나 그 이상의 무기로 모스크바함을 공격했다는 것은 설득력 있고, 가능성 있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 군함 여러 척이 이번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더 먼 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고 전했다.
특히, 모스크바함이 광역 대공 방어가 가능한 흑해함대의 유일한 군함이었다는 점에서 함대 전체가 드론 공격 등에 더 취약해졌다고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는 CNN에 “군함은 떠다니는 국가의 영토”라며 “군함을 잃는 건 정치적·상징적 메시지가 크다. 기함을 잃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함은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잃은 가장 큰 군함이자, 해군사를 통틀어서도 비슷한 사건은 지난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의 침몰뿐이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은 이날 “모스크바함의 침몰은 해군사에서 40년 만의 가장 큰 전투 손실로 기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선전전에 들어갔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SNS를 통해 “모스크바함은 러시아의 수도와 이름이 같다”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패전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모스크바함은 개전 초 우크라이나 남부 즈미니섬(뱀섬) 공격에 나선 두 척의 군함 중 한 척으로,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5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도 이번 사건을 언급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당초 슬라바라는 함명으로 취역했다가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 해체 이후 1995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한 모스크바함은 지난 1989년 12월 냉전의 종식을 알린 조지 HW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몰타회담에 동원됐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2003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이 배에서 만나는 등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 사용됐다.
군사작전 투입 경험도 다양하다. 모스크바함은 지난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과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도 흑해에서 활동했다. 2015년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공식 개입이 시작되며 지중해로 진출해 작전을 수행했다고 14일 AP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1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배가 냉전 시대의 상징이기도 했던 만큼 이번 사건은 러시아 국격의 침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도 “러시아군의 실수로 폭발이 일어났든, 우크라이나군에 공격을 받았든 러시아가 체면을 구겼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