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들은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게 되면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직접 청취할 수 없는 등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을 책무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며 “지검장들은 국민을 위하여 국회에서 가칭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검찰 수사 기능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스스로도 겸허한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김 지검장과 일문일답.
- 민주당이 검찰의 반대에도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 “여러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지금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한 번 법이 바뀌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쯤 검사장들이 의견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 민주당에선 입법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 “집단 반발로 보여지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국회 입법권에 대해 아무 말도 말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법 과정의 절차적 문제나 내용의 문제점은 국민에 알려야 한다.”
-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의는.
- “검찰이 반성할 건 있다. 하지만 당장 수사권을 폐지한다는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금 논하는 게 맞느냐는 게 검사장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전국 지검장 총사퇴도 고려하나.
- “대부분의 검사장들도 총장과 같이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일치된 의견이 있었다. 다만, 국회가 형사사법제도의 각 축인 법원·대한변호사협회·검찰·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도 수사권 폐지를 추진한다면 검찰이 물러서야 하지 않을까.”
- 이견은 없었나.
-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충돌은 없었다.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전원 일치된 결론이다.”
전국 검사장들이 모두 모여 총의를 모은 건 2020년 7월 3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채널A 사건 지휘권을 배제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해 재고 요청 의견을 모은 뒤 처음이다. 주말 사이에도 검찰 내부 분위기는 한층 들끓었다. 구자현(49·29기) 검찰국장 이하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서울중앙지검·대전지검·청주지검·제주지검·성남지청·안산지청 소속 간부·평검사와 서울북부지검·광주지검·의정부지검 소속 평검사들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를 통해 ‘검수완박’ 반대 성명을 냈다.
주유엔대표부 법무협력관을 지낸 황우진(47·32기) 대구서부지청 형사1부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관련해 “유엔에서 전 세계 외교관들과 국제형사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면서 한 번도 국제사법기구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만약 이것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라’에만 있는 ‘K-사법제도’라면, 단 한번만이라도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재고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다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권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3선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좋은 수사, 공정성 있는 수사에 대해서 왜 일사불란하게 목소리를 내고 대응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