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마저 11일 더불어민주당의 ‘4월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기조에 반기를 들자 민주당은 발끈했다. 고 대변인은 “국회의 입법을 그 대상인 국가기관이 거부하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민주당은 기득권과 특권 지키기에만 급급해 본분을 망각한 검찰을 정상화하기 위해 수사권 분리 입법 논의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거칠어졌다.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11일 MBC라디오에서 “개혁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 (김영삼 정부에서) 하나회를 청산한 것이나,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던 것도 전광석화처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검찰이 尹의 행동대장 자임”…檢 칼끝 두려웠나
전날까지만 해도 “지금이 검수완박 할 때냐”(중진 의원)며 강경파와 경합하던 당내 온건론자들의 목소리는 이날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익명을 원한 법률가 출신 의원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강행론과 신중론이 팽팽했지만, 검찰이 정치적 조직처럼 노골적으로 나오자 의원들도 ‘이거 안 되겠다’며 강행 쪽으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검찰의 집단반발을 보고 ‘우리가 야당이 되면 검찰이 정권의 비호 아래에서 칼끝을 겨누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검찰 힘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 초선인 이소영 의원(비대위원)이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일 때에만 우리의 개혁은 실제 사회변화와 제도안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게 이날 나온 ‘신중론’의 전부였다.
당내 강온 양론의 충돌이 예상되던 12일 정책 의원총회 전망도 달라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만들기에 검찰이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4월 강행처리를 당론화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반대하는 의원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 즉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시점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도 착수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법사위에 박성준 민주당 의원 대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투입하는 사보임을 결정함에 따라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를 통해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법사위 처리를 지연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무력화됐다. 국민의힘이 관련법을 최장 90일의 숙고기간을 갖는 안건조정위(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에 회부하더라도 범민주당은 안건조정위 회부와 동시에 의결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본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도 대비하고 있다. 임시국회 회기를 2~3일로 짧게 잡는 ‘살라미’ 방식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 회기종료 시 무제한토론이 자동종결되는 국회법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법안 상정→무제한토론→회기종료→새 회기 시작 직후 표결’의 과정으로 단기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관계자는 “4~6일이면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일 의총에서 지난해 9월 강행처리를 하려다 중단했던 언론중재법 등 언론규제 법안에 관한 당론화 여부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학계·언론계 반대가 큰 언론중재법 대신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가짜뉴스를 규제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도 “시기·방식·내용 동의 어렵다”
야권에선 반(反)민주당 전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만 빼고 모두가 검수완박을 반대한다. (검수완박 강행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검수완박의 시기, 방식, 내용도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