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VIP 전용강사 조언 “남자는 떨어뜨리고 여자는 때려라”

중앙일보

입력 2022.04.11 05:00

수정 2022.04.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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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나온 전 LPGA 투어 프로. 장진영 기자

민나온(34) 프로는 2007년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했다. 처음 참가한 대회 이름이 얄궂게도 코로나 챔피언십이었다. 그 대회에서 민나온은 5위를 했다. 다음 달 열린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민나온은 우승할 뻔했다.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는데 3위로 마쳤다.
 
민 프로는 중앙일보가 마리아나관광청과 공동으로 기획한 사이판 프리미엄 골프 여행의 코치로 참가한다. 전 일정 동행 라운드하며 실전 레슨을 한다. 민 프로는 “코로나 대회가 나의 첫 LPGA 대회였고 성적도 좋았던 터라 코로나 전염병 이전까지 코로나 맥주를 가장 좋아했다”며 “코로나 후 첫 해외 골프 여행에 참여하니 코로나와는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사이판 프리미엄 골프여행 코치 민나온
첫 참가 LPGA 대회가 코로나 챔피언십
LPGA 메이저 3위, 별명은 '나이스 온'

1988년생으로 박인비·신지애 등 한국 여자프로 골프의 황금세대와 동기다. 요즘도 가끔 만나 수다를 떤다. 별명이 '나이스 온'이었다. 아이언샷이 좋았고 이름도 비슷해서다. 민나온은 선수 출신으로는 손꼽히는 학구파다. 은퇴 후에는 동국대에서 체육 교육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동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LPGA 클래스 A를 땄고 KLPGA 마스터 프로패셔널 과정도 마쳤다.

민나온 전 LPGA 투어 프로. 장진영 기자

스윙의 비밀을 풀고 싶은 집념 
열아홉 살 LPGA 데뷔 두 달 만에 메이저 우승 경쟁을 했던 민나온은 놀랍게도, 이후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LPGA 챔피언십 3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는 "그때 어렸다.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공을 찍어 치고 탄도가 낮은 편이었다고 한다. 연습 중 누군가 “저렇게 찍어 치면 다칠 것 같은데”라고 한 말이 귀에 꽂혔다. 이후 공을 걷어 치려다 꼬이기 시작했다. 유명한 코치들을 찾아다녔지만, 실타래는 더 엉켰다. 프로 선수들은 높이 올라간 만큼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민나온은 “완벽주의라 불안이 심했다. 하다못해 티를 못 꽂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캐디한테 부탁해야 할 텐데 그걸 갤러리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고민도 했다. 그런 스트레스에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대회장에서 티를 직접 꽂긴 했다.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원하는 높이에 맞지 않는데도 그냥 쳤다. 좋은 성적이 나기 어려웠다”고 기억했다.


그는 “은퇴하고 대회장 밖으로 나오니 얽혔던 문제를 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답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은 선수일 때는 괴로웠지만 선생님, 연구자로선 잘 맞는다. 강남 파스텔 연습장에서 일할 때 민나온은 대기 손님이 많은 인기 선생님이었다. 요즘은 대학원을 다니면서 VIP 손님 몇 명만 가르친다.   

민나온 전 LPGA 투어 프로. 장진영 기자

괴로운 경험은 선생님이 되어서는 풍부한 자산이다. 그는 “직접 겪어봐서 기술적 문제를 알고, 정신적인, 정서적인 측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에게 뭘 하라고 하기보다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 레슨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고 민 프로는 믿는다. 그는 “골프는 회전운동에 내려치는 힘이 합쳐지는 것이다. 힘이 센 남자는 과도하게 엎어 치는 경우가 많아 힘을 빼고 채를 떨어뜨려야 한다. 반면 힘이 약한 여자 등은 힘 빼고 치라 그러면 아예 안치는 것처럼 흐느적거리게 된다. 그래서 남자에게는 (팔을) 떨어뜨리고, 여자에게는 내리치라고 강의한다”고 말했다.
  
민나온은 필드의 실전 라운드 레슨과 정기적 레슨은 다르다고 본다. 사이판에선 코스 공략법, 쇼트 게임, 위기 대처능력 등을 주로 가르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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