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전한 연료·전기·식량·의약품 부족으로 현재 스리랑카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로이터통신, CNN비즈니스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연료와 식량 가격 급등으로 사회·정치적 혼란이 발생한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일종의 '나비효과'란 분석이다.
"스리랑카 국민 기아 위기 직면"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는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3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8.7%에 달했고, 식품 물가는 30.2%나 치솟았다.
외화 보유액도 거의 바닥이 났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스리랑카 외화보유고는 19억3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로 한 달 사이 16% 감소했다.
달러 대비 스리랑카 루피화 가치는 한 달 만에 40%나 곤두박질쳤다. 부채 상환 부담도 심각하다. JP모건 추산에 따르면 올해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부채는 70억 달러(약 8조6000억원)에 달하며 당장 7월에 해외 채권자들에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런 추세라면 스리랑카의 국민 22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CNBC는 "스리랑카에는 1948년 독립 국가 수립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가 닥쳤다"고 평했다.
성난 민심, 수천 명 항의 시위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수막엔 "라자팍사로부터 스리랑카를 구하라", "우리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와 같은 문구가 적혔다. 시위에 참여한 한 20대 청년은 "행동하거나 (경제적 어려움 탓에)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24세인 한 학생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심지어 불을 켤 수도 없고 나라는 엄청난 빚이 있는데 대통령은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화 부족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IMF는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를 매우 우려한다"며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위해 스리랑카 재무부,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크라 전쟁발 가격 상승...페루·파키스탄도 불안 고조
이는 식량 가격 급등이 기폭제가 된 '아랍의 봄'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010년 106.7, 2011년 131.9를 웃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이지만, 각각 전쟁과 경제 제재로 수출이 어려워진 여파다. 국제 유가는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치솟았고,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도 급등했다.
스리랑카 이외에도 남미 페루에선 연료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로 6명이 사망했고, 파키스탄은 경제난 속에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이에 CNN비즈니스는 우크라이나 전쟁발 경제 위기에 따른 사회 불안이 세계 여러 나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