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양극화]③동아리 ‘미닝아웃’
국민대 19학번 심모(23·여)씨는 지난해 학우의 제보를 받고 급히 달려나갔지만, 길고양이는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 지금도 밤 10시에도 친구들과 뛰어나간다. 길고양이를 위해 급식소를 설치하고 구조·치료 활동을 하는 동아리 ‘국민대고양이추어오’의 이야기다. ‘추어오’는 길고양이가 “추워요”라고 말한다는 의미를 담아 온라인에서 쓰는 고양이 말투 ‘에오체’를 변형한 것이다.
2015년 학생 2명이 모여 시작했는데, 70명 규모의 교내 중앙 동아리가 됐다. 최근에는 길고양이 ‘소소(小小)’를 구조했다. 성장이 끝난 성묘지만 몸집이 작아 붙은 이름이다. 구조 당시 구내염으로 음식을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었지만, 지금은 4.5kg 정상 체중이다. 심씨는 “고양이와 학생들의 공존을 돕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했다.
2018년 창립한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 연합동아리 ‘비온대’의 확산세도 이와 비슷하다. ‘비거니즘을 온 대학에’라는 뜻을 가진 이 동아리는 6곳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12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학교 내 ‘채식선택급식권’ 촉구 운동과 동물권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비거니즘 동아리 ‘베지쑥쑥’ 운영진 강우정씨는 “회비 내고 친목 도모만을 추구하기보다 친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래를 위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비건음식을 판매하거나 세미나, 영화제 등을 하며 채식주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실용성’을 재정의 하다
서울 지역 10여 개 대학 123명이 모여 지난 2일 출범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대표인 남상혁(29)씨는 “취업 이야기를 주로 하는 대학에서 인권의 가치를 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차별받는 소수자 인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실용적인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차별·혐오 발언이 많아진 시기에 사회 변화의 촉진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가치지향 동아리의 약진에 대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팬데믹을 겪으며 ‘위기 감수성’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는 동아리 생태계의 분기점
코로나19가 캠퍼스를 장악한 시대에 동아리는 양극화 등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양대 기독교 동아리 회장 김모(24)씨는 “비대면 체제로 전환하며 1대1 멘토링 등을 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바둑 동아리인 ‘한양기우회’ 성원준(23) 부회장은 “최근 3년간 전체 회원 수는 비슷했지만, 활동 인원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최근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느다는 광운대 3학년 서모(24)씨는 “친구들도 동아리나 대외 활동 대신 아르바이트나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3년 차인 지금이 대학 동아리 생태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중백 교수는 “대학에서 3년은 긴 시간이며 한 세대가 날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올해까지 팬데믹 여파가 지속한다면 현재 트렌드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