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 캐슬’(2018~2019, JTBC)로 주목받은 배우 김혜윤(26)이 7일 개봉하는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섰다. 그가 맡은 주인공 혜영은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불도저를 모는 고등학생. ‘SKY 캐슬’의 예서가 대입에 목숨 건 부잣집 금수저라면, 이번 영화의 혜영은 아빠(박혁권)가 하는 중국집 한쪽에서 초등학생 남동생(박시우)과 함께 생계를 이어가는 흙수저다. 그러나 눈빛에 이글대는 분노만큼은 똑 닮았다. 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 데뷔한 신인 박이웅 감독이 전작들 속 연기를 눈여겨보고 캐스팅했다.
지난 4일 만난 김혜윤은 “공교롭게 또 센 역할을 하게 됐지만, 작품 각각의 분노가 다르다”면서 “이번엔 19살 소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분노를 표출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원 없이 화내볼 수 있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불도저 몰 땐 하도 집중해 본모습 담겨"
영화에서 김혜윤은 세포 하나하나 기운이 꽉 찬 듯 팽팽한 연기를 펼친다. 불도저 자체가 된 듯 매 장면을 채운다. 실제 키 (160㎝)보다 영화에서 훨씬 더 커 보인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혜영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는 그는 “액션스쿨도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문신이 빈약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실제론 판박이를 활용한 용 문신 분장은 그에게도 “극 중 혜영 같은 당당한 용기를 줬다”고. 불도저도 직접 몰았다. 2종 보통 운전면허 보유자인 그가 촬영 전 운전학원에서 불도저 작동법을 배워 연기했다. “불도저 몰 땐 집중을 많이 해서 연기보다 실제 모습이 담긴 것 같아요. 밤 장면이 많아서 혹여나 사고 날까 봐 촬영 내내 긴장했죠.”
7일 개봉 ‘불도저에 탄 소녀’
배우 김혜윤 첫 스크린 주연
불친절한 어른들, 반말·욕설 연기에 도움돼
“영화가 끝난 후 혜영의 과격한 모습을 조금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는 그는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다니는 혜영의 모습이 남아있었다”고 돌이켰다. “눈빛이나 손짓 하나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혜영이로서 할 수 있는 표현은 다 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후회되지 않은 연기를 했다”고 했다.
200대 1 뚫은 ‘SKY 캐슬’ 이후 "미지의 세계" 도전
‘불도저에 탄 소녀’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선보여 호평받았다. 김혜윤은 “부산영화제 상영을 보며 낯설었다. 항상 TV나 휴대폰에 나오는 나를 보다가 큰 스크린, 큰 스피커로 내 모습과 목소리를 접하니 뭔가 부끄러웠다”고 돌아봤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감독님과 충분히 대화 나눌 수 있는 점이 색달랐다. 결말을 알고 촬영을 들어가다 보니, 감정을 쌓아가며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 “전작들과 달리 어떤 모습으로 연기할지 상상이 잘 안 가서,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이어서”다. “긴장되고 낯설지만 색다른 경험인 것 같아요.” 김혜윤의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