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의 작가 J.R.R. 톨킨의 책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한국어 번역본이 다음 달 김보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와의 공동 번역으로 출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씨가 톨킨 번역가가 되는 과정은 톨킨의 작품에 버금가는 웅장한 서사를 담고 있다.
박씨는 태어났을 때부터 중증 혈우병을 앓았다. 이유 없이 몸 곳곳에서 내출혈이 일어나고 약을 써도 피가 잘 멎지 않는 병이다. 열네살 소년이던 2014년 “재미가 없어서” 1권만 읽다 내려놓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시 보게 된 건 그해 말 병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거동이 힘들던 그는 톨킨이 창조한 방대한 신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박씨에게 톨킨은 “팔(dig) 거리, 볼 거리, 즐길 거리 였다”고 했다. 고통의 사이사이, 『실마릴리온』,『후린의 아이들』 등을 차례로 읽어 나갔다.
혈우병 이겨내고 서울대 입학, 톨킨 번역가
초등학교 졸업 후 건강 문제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그는 2020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같은 해 수능을 치렀다. 6년의 시간 동안 톨킨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 ‘톨키니스트’로도 알려졌다. 인터넷에 번역한 글들이 이번 번역의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2021년 기회균등특별전형으로 서울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박씨는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냐’는 질문에 “공부와 번역 작업은 혼자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스스로와의 씨름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있어야 하다 보니 촉각을 더 곤두세워야 한다. 그때보다 지금 더 빠릿빠릿해져야 한다”고 웃었다.
박씨는 “문장력에 회의가 들 때가 많았다”고 했지만, 번역의 통일성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게 천착한 덕분에 원문의 오류를 발견해 수정하기도 했다.
번역하다 원문의 오류 잡아내기도
박씨는 장래 희망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바깥세상’으로 나온 지 얼마 안 돼 그런 건 없다”며 “흥미가 동하는 건 언어학, 음성학, 역사언어학”이라고 했다. 그리곤 “톨킨과 관련한 다른 저서들을 언젠가 정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