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내용 매체다. 이 때문에 해당 영상은 국방력 강화를 집권 10년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치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은 정권 초기부터 영상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능했다. 김일성 주석은 해방 직후 제작 공정이 단순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중을 계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영화에 주목했다. 기록영화제작소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기록영화는 6·25전쟁, 전후복구사업 등에서 주민들을 교양하는 영상교재로 활용됐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계승·발전시켜 시리즈물을 제작하는 등 기록영화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기존의 기록영화들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우선 화면을 연출하는 기법부터 진화했다.
드론을 활용해 높은 곳에서 현장을 내려찍는 부감촬영 기법을 통해 웅장한 효과를 주는가 하면 느린 화면과 빠른 편집을 섞어 쓰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출도 보여줬다. 한국이나 서방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기존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촬영 기법들이다.
특히 ICBM 발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영상인데, 영상의 주인공은 ICBM이 아니라 김정은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ICBM을 배경으로 무기고에서 걸어나오는 장면 등에는 슬로 모션 기법을 써 그의 존재감을 더 부각했다. 여기엔 '젊은 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개인적 취향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행사나 공연과 관련해 파격을 선보이며 대내외적으로 큰 이목을 끌기도 했다. 2012년 7월 6일 평양의 한 공연장에서 진행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에는 미국 월트 디즈니(Walt Disney)사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 등 캐릭터 인형이 등장했고, 헐리웃 영화 록키의 주제가와 미국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마이웨이(My Way)도 울려 펴졌다. 이는 김 위원장의 취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에스라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는 "기록영화에는 당국의 정치적 의도와 지도자의 문화적 취향이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은 투입 비용 대비 선전효과가 높다는 판단 하에 기록영화 제작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