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검찰공약 갈등①] 갈등 촉발한 법무장관 수사지휘권…역대 사례는
김 총장은 “검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자는 검찰총장이고, 검찰이 정치권의 모양을 살필 이유가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고 옷을 벗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05년 12월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 총장은 퇴임사에서 첫 수사지휘권에 대한 수용, 그리고 사퇴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소회를 남겼다.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대한 구체적 수사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심히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그러나 지휘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거부하면 법 집행 기관인 검찰총장이 법을 어기게 되고 검찰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수사 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기고, 수사 지휘를 수용한 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자신은 사퇴하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정치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검찰을 국민은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2005년 10월 17일 김종빈 전 검찰총장 퇴임사)
4번 중 3번 文정부에서 행사
같은 해 10월에는 추미애 당시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총장은 윤 총장 가족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 지휘에서 빠져라”라고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지난해 3월엔 민주당 소속 의원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에 대한 감찰과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재고하라”라는 취지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친(親) 노무현 계의 대모(代母)로 꼽힌다는 점 때문에 법조계에선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까지 한 한명숙 전 총리를 구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박 장관이 무리하게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비공식적 개입도 살펴야, 보수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어”
수사지휘권을 명시한 검찰청법이 제정되기 전 보수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에 공개 개입한 일도 있었다.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49년 5월 서울지검이 임영신 당시 상공부 장관의 독직(업무상횡령, 사기, 수뢰 등) 의혹을 수사하자 이인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불기소하라”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권승렬 당시 검찰총장은 이 장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결국 이 장관은 사표를 냈고, 권 총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법조계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처럼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자는 쪽과 박범계 장관을 필두로 수사 지휘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일각에선 “수사 지휘권을 유지하되, 검찰청법에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여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때’라는 문구를 명시해 수사 지휘권 발동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이완규 변호사)라는 절충안도 제시된다.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