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맨스 나선 손예진 "울컥해요"…명대사 쏟아진 '서른, 아홉' [배우 언니]

중앙일보

입력 2022.03.19 11:23

수정 2022.03.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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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배우 김지현, 손예진, 전미도 주연 수목 드라마 '서른, 아홉'. [사진 JTBC]

“너 없으면 나 어떡해. 가지마.” “안 가. 니 옆에 있을 거야.”  

시한부 암선고를 받은 친구 찬영(전미도)의 부탁에 미조(손예진)는 망설임없이 답합니다. 이는 손예진‧전미도‧김지현 주연 JTBC 수목 드라마 ‘서른, 아홉’ 한 장면.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가 된 동갑내기 미조와 찬영, 주희(김지현)는 마흔을 목전에 두고 상상 못한 이별을 마주합니다. 셋이 나란히 받은 건강검진에서 찬영이 암판정을 받은 겁니다.  
연명치료 대신 평소처럼 지내며 주변을 정리하겠다는 찬영. 힘든 내색 없이 씩씩하던 그가 문득 미조에게 말합니다. “엄마 아빠 생각하면 죄송하고 걱정돼서 슬퍼. 진석이 오빠 생각하면 아쉽고 미안해서 슬퍼. 주희를 생각하잖아, 걱정되고 안타까워서 슬퍼. 웃긴 게 이 부분인데…. 너를 생각하잖아? 벌써 그리워서 슬퍼”.  
 

결혼 전 워맨스, 손예진 "울컥해요"

드라마 ‘서른, 아홉’이 사랑보다 더 애틋한 우정의 명대사를 쏟아내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총 12부작 중 지난 17일 방영한 8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7.2%를 기록했죠. 1회 시청률 4.4%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서른, 아홉’은 1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3월 첫째 주(2월28일~3월6일)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전 세계 시청시간 9위(1049만시간)에 올랐습니다.  
실제 올해 마흔인 동갑내기 배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이 진짜 서른아홉이던 지난해 사전 촬영했죠. 여느 멜로‧로맨스에서 남녀 간에 오가던 절절한 대사들이 친자매나 다름없는 친구들의 진심을 매회 새겨냅니다. “자료 화면 보면서 갑자기 또 울컥해요. 기분이 되게 묘하고 이상해요.” 지난달 이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손예진의 말입니다.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손예진은 입양아 출신인 피부과 병원장 미도 역을 맡아 고교시절 친구들과 멜로보다 더 애틋한 우정의 호흡을 펼쳐낸다. [사진 JTBC]

그에겐 여자들끼리의 ‘워맨스’를 그린 첫 드라마입니다. “뭔가를 굳이 맞추지 않아도 그냥 호흡이 너무 자연스럽게 맞았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경험을 처음 해봤다”는 그는 전미도, 김지현이 “너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이라 설명하면서도 두 배우를 향해 꿀 떨어지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죠. “미도씨는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고, “지현씨는 첫인상은 좀 차가워 보였는데 알면 알수록 참 착하고 속 깊은 사람”이라면서요. 
두 배우도 데뷔 경력이 빠른 그를 “손 선배, 손 프로”라 애칭으로 부르며 친해졌다죠. 김지현은 “손예진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짱구’ 아이디어가 넘쳤다”고 돌이킵니다. “마음은 28 청춘인데 앞에 붙여진 숫자만 많아지는”(손예진) 그런 나이의 의미를 다같이 개척하듯 새롭게 그려나가고 있어서일까요.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큰 일이 2022년 이렇게 초창기에 일어나게 돼서 운명 같다”고 손예진은 이번 작품의 의미를 되짚었습니다.  
 

멜로퀸 그 이상, 손예진의 여자들 

중앙일보 팟캐스트 '배우 언니'가 18일 드라마 '서른, 아홉' 배우 손예진 편에서 워맨스 연기에 도전한 그의 숨은 '여여 케미' 작품들을 재조명했다. [사진 JTBC]

드라마 ‘맛있는 청춘’(2001)으로 연기 데뷔 후 21년간 약 30편 영화‧드라마에 출연하며 ‘소처럼 일한다’고 ‘소예진’으로 불려온 그입니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클래식’, 드라마 ‘여름향기’ 등을 통해 ‘멜로퀸’으로 주목받았고, 영화 ‘협상’(2018),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2020)에서 함께한 배우 현빈과는 작품 속 인연이 백년가약으로 이어지게 됐죠. 올봄 결혼 전 ‘싱글’로서 마지막 작품이 본격 워맨스 드라마 ‘서른, 아홉’인 셈입니다.  
그런데 데뷔 초를 돌아보면 그에게도 ‘여여(女女) 케미스트리’가 돋보인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영화 ‘연애소설’(2002)에선 배우 고(故) 이은주와 단짝이었죠. 드라마 ‘선희진희’(2001)에선 배우 김규리와 고교 시절부터 이어진 애증의 관계를 연기했습니다. 영화 ‘비밀은 없다’(2016)의 이경미 감독부터 첫 원톱 주연작 ‘덕혜옹주’(2016)의 배우 라미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사랑의 불시착’ 장소연 등 스크린 안팎 여성들과 그의 진한 호흡이 극에 생명력을 더한 작품들도 적지 않고요.  
중앙일보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episode/805)가 18일 방송에서 그간 그의 필모그래피를 빛낸 ‘손예진의 여자들’을 정리했습니다. 마흔을 맞아 ‘워맨스’로 새롭게 거듭난 손예진 월드의 새 페이지를 김혜선 영화 저널리스트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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