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외무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자국이 운용하는 모든 미그(Mig)-29 전투기를 즉시 무료로 람슈타인 공군기지(독일 주둔 미군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미국 정부의 처분에 맡긴다”며 “다른 나토 동맹국도 같이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미군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폴란드의 성명이 나온 지 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미 국방부는 난색을 표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옹호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폴란드 소유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할지에 대한 결정은 궁극적으로 폴란드 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처분에 맡겨진 전투기가 독일 주둔 미국 공군기지에서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 영공으로 간다는 건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결정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쿠브 쿠모치 폴란드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폴란드는 동맹의 틀 안에서, 나토의 틀 안에서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 “전투기 제공은 참전” 위협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이에 대해 “확전 가능성에 전투기 지원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국가는 전쟁에 관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보복과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미국은 이 제안을 놓고 폴란드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폴란드의 발표가 미국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폴리티코에 “미국을 통해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반대하고 있다”고 알렸다.
폴란드가 미국을 통해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도 정치적 고려가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WP와 가디언은 “폴란드가 이 같은 조치를 한 건, 전투기를 인도하는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한 고위 관리는 WP에 “유럽 각국 정부들이 폴란드 발표에 당황하고 있다. 폴란드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 전투기 수십 대 불과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영공을 장악하면 러시아군의 지상군 진격을 늦출 수 있고, 반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공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더 강력한 공습을 통해 지상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AP통신은 “폴란드가 지원하려고 하는 28대의 미그-29 전투기가 게임체인저가 되진 않을 것이다. 미그기는 현재 러시아가 운용 중인 전투기보다 성능이 떨어져 러시아 조종사와 미사일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