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서부 24㎞ 근교도시 이르핀의 한 우크라이나 공수부대 중위는 이날 AFP에 ”일부 지역에서 백병전이 있었다”며 “(그곳에) 러시아군 200명, 50대 경장갑차, 여러 대의 탱크가 포함된 종대가 있다. 밀어내려고 노력하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이르핀 시내 곳곳에는 러시아 저격수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핀은 키이우를 사수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저항 지점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키이우 북서쪽 35㎞ 외곽 도시이자 이르핀에 인접한 부차도 심한 포격에 시달렸다고 아나톨 페도럭 부차 시장이 전했다. 페도럭 시장은 "중화기 포격이 밤낮으로 멈추지 않아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다"며 "개들이 거리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있다.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중화기 밤낮 포격에 시신 수습도 못해"
동부 하르키우선 러시아 장군 두번째 사망
"美, 러시아군 3000명 이상 사망으로 추산"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해군 분석 센터의 러시아 군대에 대한 주요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은 "거대한 러시아 호송대가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1999년 체첸 수도를 함락시킬 때와 같은 매우 나쁜 분위기를 주고 있다"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시 민간인 지역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공격으로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함락시켰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조여 오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 사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피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에서 영상 연설을 하고 “나는 집무실에 있다. 누구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동부 밤새 공습…교전 중 러시아 장군 사망도
동부 하르키우에서는 교전 끝에 러시아에서 두 번째 장군 전사자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하르키우 인근 전투에서 41군 참모총장인 비탈리 게라시모프 소장이 전투 중 다른 고위 장교들과 함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게라시모프는 2차 체첸전쟁, 시리아전, 크림반도 병합에 참여한 군인으로 러시아로서는 뼈아픈 손실이다. 앞서 지난 3일 소장급인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의 전사가 알려진 데 이어서 최고위급 사망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또 2명의 러시아연방보안국(FSB) 요원이 사망했다면서 그들의 대화를 도청했을 때 "보안 통신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주장했다.
8일째 포위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선 전기·난방·수도·통신 시설이 끊겼다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텔레그램에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마리우폴에서 대피하지 못한 20만 시민이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계속되는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 지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HRW는 러시아가 지난 6일 마리우폴에서 마지막으로 작동 중인 통신 타워를 공격해 내부 소식이 완전히 끊겨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美, 러시아군 3000명 이상 사망으로 추산"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우크라이나 측 손실 규모를 주장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 총 2482 곳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항공우주군(공군)은 7일 하루 158군데 군사 시설을 파괴했으며 고정밀 무기로 지토미르 지역의 우크라이나 공군 기지 오체른 비행장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보수적인 추산으로도 러시아군이 3000명 이상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했던 러시아 병력의 100%가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다고 분석했다.
수미 지역 민간인 대피 시작
러시아 국방부도 민간인들의 대피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임시 휴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이우·체르니히우·수미·하르키우·마리우폴 등 5개 도시에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인도적 통로를 개방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