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출도 적자도 최대 쿠팡…MIT‧워싱턴대 6600억 베팅

중앙일보

입력 2022.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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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 상장 1년을 맞은 쿠팡에 미국 유명 대학의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학은 기부금과 기부금 투자를 통한 수익금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대부분 대학이 별도의 자금관리 전문회사를 두고 사기업 못지않게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는데 최근 쿠팡에 기부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 쿠팡]

 
지난달 28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투자 매니지먼트 회사(MITIMCo)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MIT가 보유한 쿠팡 주식(지난해 말 기준)은 1619만8116주다.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4억1159만 달러(약 4958억원)다. 이는 MIT가 보유한 주식의 64% 수준이다. 2위인 클라우드컴퓨팅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23%), 3위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6%)를 크게 앞선다.  
 
미국 워싱턴대의 투자 매니지먼트 회사(WUIMC)도 쿠팡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워싱턴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쿠팡 주식은 543만2808주로, 1억3804만 달러(약 1663억원) 수준이다. 워싱턴대도 전체 주식의 절반 가까이 쿠팡(44%)에 투자했다.  
 
MIT와 워싱턴대의 기부금 운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274억 달러(약 33조원), 153억 달러(약 18조원) 규모다. 금융투자컨설팅사인 NEPC가 분석한 미국 주요 대학(58곳) 기부금 투자실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대의 투자수익률은 65.1%로 1위다. MIT도 55.5%의 수익을 올려 5위를 차지해 스탠퍼드대(40.1%), 하버드대(33.6%)를 앞질렀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한 지난해 3월 50달러(약 6만원)까지 주가(종가 기준)가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걷다가 지난 1월 말 18.10달러(약 2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 25.41달러(약 3만원)로 올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학은 대개 안정적인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데 쿠팡같은 상장사에 거액을 베팅했다는 것은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가치 평가 엇갈려 

쿠팡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미국 내에서도 엇갈린다. 지난달 미국 투자전문매체인 모틀리풀은 쿠팡을 의료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의료 마케팅 플랫폼인 독시미티와 함께 ‘올해 매수해야 할 성장주’로 평가했다. 모틀리풀은 평가 이유로 “미국 아마존이 ‘이틀 내 배송’을 앞세우고 있는데 쿠팡은 당일 배송,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반복된 배송이 일상인 한국에서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 선두주자이고 일본‧대만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영업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투자전문 매체인 시킹알파는 지난달 쿠팡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한국 e커머스 시장이 포화이고 쿠팡이츠‧로켓프레시 등 사업 다각화로 되레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또 사업의 해외 확장도 어렵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이마트 제치고 매출 1위, 적자도 전년 3배 

쿠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지난해 매출이 사상 최대인 184억637만 달러(약 22조1796억원)라고 밝혔다. 전년보다 54% 늘었다. 매출 기준으로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마트(16조4500억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쿠팡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활성 고객 수(지난해 4분기 기준)는 1794만명이다. 하지만 적자 폭도 커졌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14억9396만 달러(약 1조8002억원)로 역시 사상 최대다. 전년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쿠팡은 “적극적으로 물류센터 확충에 나섰고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투자금, 방역비 등이 모두 포함된 ‘계획된 적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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