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러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영공 폐쇄를 당장에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 국적 항공사의 영공 진입을 불허할 경우 유럽-러시아-한국 등을 잇는 항공 물류망이 막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제재로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러시아엔 치명적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영공 폐쇄를 선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의회 국정 연설에서 러시아 제재 결정을 발표하면서 제재 동맹국으로 한국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미국과 손잡고 제재에 나선 한국을 상대로 영공 폐쇄 등 보복 조치에 나설 여지가 있다.
러시아가 영공 폐쇄에 나설 경우 국내 항공사의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러시아 직항 노선이 폐쇄되는 건 물론이고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유럽과 북미 노선은 우회 항로로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 영공이 폐쇄되면 모스크바를 경유했던 화물기는 남쪽 항로로 날아가야 한다. 이럴 경우 러시아 영공을 피해 카자흐스탄과 터키 등을 거쳐서 유럽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다. 우회 항로를 택할 경우 기존 항로보다 비행시간이 3시간 가까이 추가되기에 비용이 증가한다. 이에 따른 노선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화물 물량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으로 미주(51%)에 비해 크지 않지만 화물로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고 있기에 노선 축소는 피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스크바 노선 및 영공 통과 관련 특이사항은 없으나 현지 동향을 파악해 단계별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정상 상황에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공 폐쇄에 따른 대응은 항공사 독자적으로 할 수 없기에 정부 대응 방향 등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 방향을 살피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럽뿐만이 아니라 북미 항로도 문제다. 미국행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제트기류를 이용할 수 있는 태평양 항로를 이용한다. 반면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제트기류를 피하는 북극항로를 탄다. 일부 북극항로는 오호츠크해 인근 러시아 영공을 지난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가 자국 영공을 폐쇄할 경우 미국 주요 도시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노선은 비행시간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항공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러시아가 영공을 폐쇄하면 일부 북미 노선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