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7일 오전 7시 52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약 620㎞ 고도로 약 30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기존 재래식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각 발사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발사했다면 대략 1300㎞ 정도 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사거리를 가진 노동 미사일 개량형이나 지상용 북극성-2형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300발 이상 보유한 노동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와 혼슈 등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다시 꺼내든 것은 “재래식 미사일의 군사적 효용성 극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국 대선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된 틈을 노린 ‘틈새 도발’로 볼 수 있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도 자신들이 정한 시간표에 따른 무력시위는 지속한다는 ‘마이 웨이’식 도발 굳히기란 측면도 있다.
동시에 ‘러시아 때리기’에 온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안보 공백을 노린 도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인데, 현재 안보리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만도 벅찬 상황이다.
북한은 이날 발사가 오는 9일 한국 대선에 끼칠 수 있는 영향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주요 대선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박빙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내적으로 안보 이슈가 주목 받는 상황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임기가 두 달여 남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의지를 시험해보는 성격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한국의 대선 국면 와중에 북한 이슈를 부각해 대외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며 “지난달 23일 우리 군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까지 점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베이징 올림픽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장 정리를 끝내고 ‘도발의 일상화’를 지속하는 수순으로 들어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