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 수뇌부가 메타버스에서 만났다.
롯데지주는 2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주재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서 만나 주간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매달 1~2회 열리는 롯데 주간회의는 그룹 최고위직 10여명이 모이는 자리다. 그룹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이번 메타버스 주간회의는 가상현실에 관심을 쏟아온 신 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그는 평소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기 및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얼리어답터’로 알려져 있다. 가상현실 HMD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도 2020년 10월 출시된 후 바로 이용한 뒤 각 사 대표 및 CIO들에게 이 기기를 나눠주면서 사용을 독려하기도 했다.
회의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신 회장은 “참석한 임원들 모두 젊게 보이는 것 같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런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말했다.
회의에 참여한 한 임원은 “메타버스를 기업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의 변화도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초실감형 메타버스 기술이 더해지면 온-오프라인 융합 비즈니스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 양대 주력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계속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하는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롯데는 그룹 모든 사업을 ‘초실감형 메타버스 라이프 플랫폼’으로 이동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콘텐트 기업 칼리버스를 인수해 실사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초실감형 콘텐츠를 바탕으로 롯데 계열사와 연계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특히 결제 기능을 갖춘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해 이르면 올 2분기 중에 베타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롯데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참석한 세계 최대 가전ㆍIT 전시회 ‘CES 2022’는 롯데의 메타버스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롯데면세점은 버추얼 피팅룸과 메타버스 콘서트를 선보였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면세쇼핑 경험을 선사한다는 목표다.
메타버스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월 리뉴얼 오픈한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는 메타버스 체험관을 만들어 임직원들이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음달에는 롯데정보통신 본사(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메타버스 전시관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