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기자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던진 질문이다. 핵실험·ICBM의 모라토리엄(유예) 파기까지 시사한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춰 도발하는 게 미국 입장에선 가장 골치 아픈 시나리오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오던 차였다.
블링컨 장관은 두 사건이 겹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껌을 씹으며 동시에 걸을 수 있다”고 답했다. 아마도 동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어렵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비유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고 며칠 후, 미군의 B-52H 4대가 태평양 괌 앤더슨 기지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핵탄두까지 실을 수 있는 이 거대한 폭격기는 북의 핵실험 국면 때마다 등장해 위력을 과시했던 전략무기다.
우크라이나 사태 동안 B-52H가 한반도 상공을 날면 북한을 잠잠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후 전개될 양상도 과거 문법대로일 것이다. 그 사이 북한은 한 단계 올라간 기술을 바탕으로 언젠가 다시 위협에 나서고, 더 큰 협상력을 가지게 되는 수순이다.
호놀룰루에 가기 전, 지난 북미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했던 미 정부 인사를 만났다. 그는 북한 체제 특성상, 이들을 테이블에 앉히려면 미국이 얼마나 대화에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북특별대표가 전임이 아니라 타국 대사를 겸하고 있는 것부터 북한 입장에선 고개를 갸웃할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도 사실상 현상 유지하자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혹시 미국이 ‘껌 씹는 방법’ 중에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방법도 고민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날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에 친서를 보내는 등, 높은 차원의 관여를 할 계획은 없는지 함께 물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없었다.